[칼럼] 소탐대실

온라인편집팀 | 기사입력 2024/09/03 [18:28]
송태규 시인·교육학박사

[칼럼] 소탐대실

송태규 시인·교육학박사

온라인편집팀 | 입력 : 2024/09/03 [18:28]

▲ 송태규 시인·교육학박사  © 전북금강일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일에 치여 산다.

 

일이 밀리면 두어 개 미루어도 아예 표시도 나지 않는다. 

 

이럴 때는 마음만 급할 뿐 능률은 제자리걸음이다.

 

쉬는 날 차라리 머릿속도 비우자는 마음으로 짐을 싸기도 한다. 

 

시간을 버리는 대신 더 큰 것을 얻기 위한 나만의 방식이다.

 

마침, 남쪽에서 열리는 문학회 행사에 갈 일이 생겼다. 

 

여러 생각할 필요 없이 마음이 기울었다.

 

평소 대중교통 이용을 즐기는 편이지만 운전대를 잡고 나섰다.

 

고속도로를 타면서 졸음도 물리칠 겸 지나는 휴게소마다 차를 세웠다.

 

진안 마이산 휴게소, 함양 휴게소, 산청 휴게소, 고성공룡나라휴게소를 거쳤다. 

 

그 길을 한두 번 다닌 것도 아닌데, 그때마다 휴게소 이름이 신선하고 새롭게 다가온다. 

 

내가 사는 고장에 호남고속도로가 뻗어 있고 익산 유일의 고속도로 휴게소가 있다.

 

그 길을 따라 위로 가면 정안알밤휴게소가 나오고 반대 차선을 따라 달리면 정읍녹두장군휴게소에 갈 수 있다.

 

전북특별자치도를 통과하는 서해안 고속도로에는 고창고인돌휴게소와 부안고려청자휴게소가 생겼다. 

 

모두 이름만 들어도 지역과 그곳의 특징을 나타낸 이름표를 달고 있다.

 

한결같이 ‘여기는 이런 곳’이라며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을 널리 알리려는 아이디어가 반짝인다. 

 

이런 차별화를 기반으로 경쟁력을 갖추려는 지자체의 고육지책일 수 있다.

 

요즘은 저출생 문제로 지방 소멸이라는 먹구름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남 일이 아니다. 

 

우리가 자부심을 가질만한 익산의 특징은 무엇일까.

 

모두 알고 있듯 미륵사지석탑과 왕궁리 유적이 대표적인 관광 요소이다.

 

모두 백제 왕도의 훌륭한 유산이다.

 

흔히 ‘백제 왕도’라 하면 공주(웅진)와 부여(사비)를 떠올린다. 

 

그동안 익산이 지닌 매력과 장점을 알리는 것에 소홀함이 없지는 않았는가 생각해야 할 일이다. 

 

반듯한 기업이나 인적자원이 풍부하지 않은 익산은 남들이 가지지 못한 백제 왕도라는 좋은 자원이 있다.

 

이제부터라도 이런 것을 잘 가꾸고 널리 알려야 할 과제가 우리에게 남아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진나라가 촉나라를 공격하려고 했다.

 

당시 촉은 그리 만만한 나라가 아니었다. 

 

게다가 촉나라를 치려면 지리적 여건 때문에 고된 원정길을 감수해야 했다.

 

진나라는 군대를 밀어붙이는 대신 변칙을 쓰기로 했다. 

 

물욕이 많은 촉나라 왕의 심리를 이용하기로 했다.

 

진나라는 소의 조각상을 만들어 황금 똥을 싸는 소라고 부르면서 ‘촉왕에게 우호의 예물로 보낸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이를 들은 촉왕은 잔뜩 기대에 부풀었고 마침 진의 사신이 촉에 왔다.

 

왕은 성문을 열고 진나라 사신을 맞이했지만, 무기를 꺼내든 진의 병사들에게 쉽게 사로잡혔다. 

 

이에 촉나라가 멸망했고 촉왕은 눈앞의 이익(황금)에 욕심을 부리다가 정말 중요한 것(나라)을 잃었다고 땅을 쳤으니 바로 ‘소탐대실’의 뜻이다.

 

하루에도 수많은 통행인이 우리 고장 휴게소에서 점을 찍고 간다.

 

그들에게 여기 휴게소의 특징이 얼마나 가슴속에 다가올지 생각했다. 

 

이곳에 우리 고장의 명성을 살린 ‘백제 왕도 익산 휴게소’, 또는 ‘익산 백제 왕도 휴게소’라는 이름표를 붙여 준다면 어떨까.

 

몇 번 혀를 굴려봐도 전혀 낯설지 않다.

 

내 탯줄은 익산에서 잘렸다.

 

대학과 군대 시절을 제외하고는 여태 익산에서 굴렀고 여기에서 묻힐 것이다. 

 

참 좋은 곳에서 여러 혜택을 받으며 살고 있다.

 

이제 받은 것을 까먹지 말고 돌려줄 일만 남았다. 

 

우리 고장을 널리 알리는데 소탐대실하는 촉왕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다시 한번 내 고장 백제 왕도의 자랑할만한 곳이 어디 또 있는지 눈을 크게 뜨고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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