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다섯 사람은 곧 仁·義·禮·智·信 ‘五性’이다”

김진성 기자 | 기사입력 2024/09/29 [16:15]
경와(敬窩) 선생의 오성칠정론(五性七情論)

[기획] “다섯 사람은 곧 仁·義·禮·智·信 ‘五性’이다”

경와(敬窩) 선생의 오성칠정론(五性七情論)

김진성 기자 | 입력 : 2024/09/29 [16:15]

▲ 敬窩(경와) 嚴命涉(엄명섭)  © 전북금강일보


본보에서는 열아홉 번째로 경와(敬窩) 엄명섭(嚴命涉) 선생의 오성칠정론(五性七情論)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경와 선생의 문집을 보면서 날로 새로워짐을 느끼고 있다.

 

그것은 선생의 도가 깊고 깊다는 것을 알게 한다. 

 

오성칠정론(五性七情論)이라는 말도 새롭게 등장하는 학설이다.

 

조선시대에 사단칠정론(四端七情論)이 있었다.

 

사단칠정론과 맥은 같이 하지만 사단에 오성를 더해 말한 학자는 지금껏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지난 호에서는 경와 선생의 심통성정(心統性情)에 대해 이야기했었다.  

 

심통성정은 중국 송나라 때 대유학자였던 장재(張載)의 내용이다.

 

장재(1020~1077)는 宋代의 새로운 유학을 세우는데 크게 기여했다. 

 

장재는 天과 人, 天命과 人性을 논리적으로 일관(一貫)시켜주는 이론을 새롭게 궁구하는 사상사적 전환기를 마련해 줌으로써 송대 신유학의 우주론(宇宙論)과 인성론(人性論)의 이론적 출발점을 제공했다. 

 

이번에는 오성칠정(五性七情)이란 것에 대해 논해본다. 

 

▲ 논어집주  © 전북금강일보

 

조선시대에서 사단칠정론(四端七情論)이 사상사적으로 큰 영향을 주었다.

 

사단칠정론은 퇴계(退溪)와 고봉(高峯)사이에 주고받은 논변이다.

 

둘 사이에 주고받은 편지글에서 사단칠정론(四端七情論)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어 후대의 학자들에게 공부의 대상이었다. 

 

사단칠정론(四端七情論)은 성리학(性理學)을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대목 중 하나이다.

 

조선시대 유학의 핵심은 성리학이기 때문이다.

 

성리(性理)는 곧 인간의 본성을 말한다.

 

인간이 본래 가지고 있는 것이 순수하다는 것이다. 

 

사단칠정은 본래 맹자(孟子)의 이야기이다.

 

맹자는 인간에게 인의예지(仁義禮智)라는 본성이 있고, 그것에 따라 나타나는 일곱가지의 정(情)이 있다고 이야기했었다.

 

사단(四端)은 인의예지로서 나타나는 측은(惻隱), 사양(羞惡), 수오(辭讓), 시비(是非)이다.

 

칠정(七情)은 희(喜), 노(怒), 애(哀), 락(樂), 구(懼), 애(愛), 오(惡), 욕(欲)이다. 

 

퇴계는 이 사단칠정(四端七情)을 인간 본성의 순수함을 본연지성(本然之性)으로 보았고, 인간의 신체적 조건으로서 기질지성(氣質之性)을 구별하여 말했다.  

 

그래서 사단(四端)은 리(理)가 발함에 기(氣)가 따르는 것(理發而氣隨之)이요, 칠정(七情)이란 기(氣)가 발함에 리(理)가 타는 것(氣發而理乘之)이라고 했다.

 

또 사단칠정(四端七情)은 율곡(栗谷)선생의 인심도심론(人心道心論)과도 이어진다.

 

사단(四端)은 도심(道心)이요, 칠정(七情)은 인심(人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경와 선생은 사단칠정론에서 말하는 사단 네 가지를 더하여 五性을 이야기한다.

 

즉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을 말하는 것이다. 

 

경와 선생은 편지글에서 “다섯 사람은 곧 인(仁)·의(義)·예(禮)·지(智)·신(信) 오성(五性)이다(五人, 卽仁·義·禮·智·信之五性也). 다섯 사람은 수행하는 남녀 두 사람과 합하여 일곱 사람이니(五人, 與隨行男女二人, 合七人), 곧 희(喜)·노(怒)·애(哀)·락(樂)·애(愛)·오(惡)·욕(欲) 칠정(七情)이 된다(卽爲喜·怒·哀·樂·愛·惡·欲七情也)”고 말했다.

 

또한 “남자 도적은 바로 신장(腎臟)과 짝하니 의지이다. 여자 도적은 심장(心臟)과 짝하니 소장(小腸)이다. 이 남녀 두 도적은 칠정에 짝을 하면 남자를 뜻하고 기쁨[喜]에 속한다. 소장인 여자는 욕심[欲]에 속한다(男賊, 是乃配腎之意志也. 女賊, 是乃配心之小腸也. 此男女二賊, 配于七情, 則意男而屬喜, 小腸女而屬欲也)”고 말한다.

 

▲ 간재사고  © 전북금강일보


경와선생은 “나는 성(性)을 받드는 심(心)이니, 곧 밝은 덕[明德]이라고 이른다.

 

《대학(大學)》 〈성의장(誠意章)〉 소주(小註)에 주자(朱子)의 말 가운데 뜻은 선악의 관문(關門)이 된다는 말이 있고, 또 뜻은 도적이 된다는 말이 있다. 생각하고 다시 생각해 보아도 오성과 사단칠정(四端七情)은 다 내가 소유하고 있는 물건으로 하늘이 부여한 리(理)와 기(氣)이다.

 

대개 오성은 리(理)요, 칠정은 기(氣)이다. 리(理)와 기(氣)가 모여 하나의 체용(體用)이 되고 몸에 갖추어진 사물이 된다(我則奉性之心也, 是卽謂明德也. 《大學》〈誠意章〉小註, 朱子說中, 有意爲善惡關之言, 且有意爲賊之說矣. 思復思來, 五性四端七情, 皆在我所有之物, 而天所賦與之理與氣也. 蓋五性, 理也;七情, 氣也. 理氣合爲一體用, 而爲身所具之物事也)”고 이야기한다.

 

경와선생은 퇴계도 언급했던 사단에 하나를 더한 신(信)을 포함시킨다.

 

신(信)을 더해 오성(五性)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사단은 사덕(四德)이라고도 부른다. 

 

또 주역에서는 원형리정(元亨利貞)을 天의 사덕(四德)으로 본다.

 

여기에서 元은 시작(始)의 理요, 亨은 소통(通)의 理요, 利는 遂行(遂)의 理요, 貞은 완성(成)의 理이다.

 

퇴계가 리(理)와 기(氣)를 합하여 심(心)으로 보았듯이 경와 선생도 리(理)와 기(氣)를 합해 심(心)으로 보고 있다. 즉 심(心)은 리(理)와 기(氣)가 합해진 것이다. 

 

지난 호에서도 언급했듯이 성(性)을 담아서 싣고 있는 것은 마음(心)이요, 활동하여 만사를 대응하는 것은 정(情)이 된다.

 

이 정(情)을 베풀어서 쓰는 것이 역시 마음(心이) 된다. 

 

그러므로 이 마음(心은 성(性)과 정(情)을 통섭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것을 일러 심통성정(心統性情)이 되는 것이다. 

 

이 오성칠정론(五性七情論) 이야기는 꿈에 나타난 이야기를 실은 것이다.

 

 

▲ 동몽독본  © 전북금강일보

 

경와 선생이 어느 날 꿈을 꾸었다. 

 

다섯 사람이 동행하는 가운데 밖에 두 남녀가 따라오고 있었다.

 

때는 초저녁, 걷고 걸어서 바라던 목적지에 도달했다.

 

중도에 밤은 점점 어두워지며 깊어가고, 길은 또 험난하고 혼미하여 따라오던 두 사내가 돌변하여 도적이 되어 다섯 사람을 해치려고 했다. 

 

다섯 사람은 두려워 겁을 먹고 방비하였으나, 도적의 해침은 더욱 심해지려고 했다.

 

다섯 사람 가운데 경와 선생도 한 사람이었다.

 

선생이 바로 큰 칼과 창을 뽑아 휘두르면서 도적에게 만약 네가 나를 해치러 오면 내가 이 칼과 창으로 반드시 너희들을 베어 죽이겠다고 했다. 

 

이에 말이 그치자 곧 도적이 감히 침범하지 못했다.

 

우리가 거의 목적지에 도달하자 하늘 또한 동이 트려고 하였는데, 따라오던 두 도적 남녀가 서로 좋아하며 다시 선한 사람이 되었다. 

 

먼저 선생을 지도하여 가다가 꿈이 문득 깨어 바로 꿈의 내용을 생각해 지어진 것이 오성칠정론(五性七情論)이 된 것이다. 

 

이 꿈속의 이야기를 양복규라는 사람에게 편지글로 전한 내용이다. 

 

경 와선생의 학문은 어려서부터 이미 시종일관(始終一貫) 예의 아닌 모습이 없었다.

 

오직 한 먹음에도 끝을 다스리고자 하여 정밀하게 마치었으니, 오늘 꿈의 경험이 이와 같았다.

 

이번 호에서 이야기 못한 부분은 다음 호에서 경와 선생의 오성칠정론과 퇴계(退溪)의 사단칠정론에 대해 더 심도 있게 다루고자 한다.

 /글=김진성 대기자 dong3680@daum.net

<다음 이야기는 10월 28일자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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