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시, 토지 소유주 허락 없이 사업 강행… 탁상행정 논란

이증효 기자 | 기사입력 2020/05/14 [20:09]

군산시, 토지 소유주 허락 없이 사업 강행… 탁상행정 논란

이증효 기자 | 입력 : 2020/05/14 [20:09]

▲ 군산시가 ‘농촌환경개선 배수로 정비사업’과 관련, 배수로가 지나가는 인접 토지소유주들의 토지사용 승낙을 받는 과정에서 토지 이용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민원인의 의견을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시는 민원인 소유의 토지 위에 경계측량 후 버젓이 박혀있는 말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토지를 침범, 개방형 U자 수로관을 매설했다. 경계 말뚝이 있는 토지에 매설된 수로관.  © 전북금강일보

 

▲ 민원이 제기된 토지 위치.  © 전북금강일보


나포면 농촌환경개선 배수로 정비사업
 경계 말뚝 설치된 토지에 수로관 매설
“사유지 침범”민원 묵살하고 공사 진행

 

군산시가 ‘농촌환경개선 배수로 정비사업’과 관련, 토지 소유주의 승인도 없이 공사를 강행했던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공사 최종 마무리 단계에서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예산낭비를 초래하는 등 행정편의주의적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2018년 A마을의 주민들은 시에 나포면 마을 인근 논에 배수로 공사를 요청했다. 이에 시는 주민숙원사업 민원처리 차원에서 지난 3월 관개시설(농지 물을 대고 빼는 시설)공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시는 공사 진행 전 배수로가 지나가는 인접 토지소유주들의 토지사용 승낙을 받는 과정에서 토지 이용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민원인의 의견을 무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민원인 소유의 토지 위에 경계측량 후 버젓이 박혀있는 말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민원인의 토지를 침범, 개방형 U자 수로관을 매설했다. 토지소유주 B씨는 타지에 거주하고 있어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전혀 몰랐다.

 

그러다 지난 5월 초 고향을 방문했다가 어처구니 없는 현장을 발견, 시를 방문해 민원을 제기했다.

 

B씨는 시 농촌개발계를 상대로 “왜 주인 허락도 없이 남의 땅에 버젓이 배수관을 묻어 놓았느냐”며 항의했다.

 

시 관계자는 현장 확인 후 “공사업체에게 어디 어디까지만 공사를 진행하라고 했는데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며 “빠른 시일 내에 원상복구를 해 주겠다”고 밝혔다. 

 

이에 본보 기자는 지난 12일 현장 확인을 거친 후 해당 부서를 방문해 확인한 결과 시 관계자는 “민원인의 토지를 침범한 줄 몰랐으며, 공사 관계업체가 시가 주문한대로 공사를 하지 않아 빚어진 일인 것 같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더불어 담당공무원은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현장을 제대로 확인조차 안한 사실도 본보 취재결과 드러났다.

 

다양한 민원처리와 과중한 업무를 감안해도 담당 공무원이 현장 확인조차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않고 준공허가를 내 준 셈이다.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에 따른 ‘탁상행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논란이 확대되자 시는 사태 진화에 나섰다. 민원이 제기된 다음날인 13일 시 담당부서 담당과 공사관계자, 토지소유주가 참석해 협의한 결과, 토지에 침범해 있던 수로관을 철수해 조속히 원상복구해 주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예산낭비라는 지적과 함께 2차 피해 우려가 제기됐다.

 

B씨는 “개인 사유지에 허락도 없이 공사를 진행한 것도 이해가 되질 않는데 물의 흐름도 계산하지 않고 ‘막무가내식’으로 민원을 처리한 것은 더욱 황당하다”면서 “당초 공사면적에 포함된 곳의 주민과 조율만 됐어도 이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어떻게 한쪽의 입장만 반영해 시설물이 설치됐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지적했다.

 

시의 민원처리 과정도 도마에 올랐다.

 

시는 피해규모를 6평 남짓으로 계산했지만 토지소유주가 정확한 경계측량을 요구한 결과, 피해규모가 150평으로 늘어나면서 공사 마무리도 행정편의주의적으로 진행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이 같은 일은 A마을의 관개시설뿐 아니라 도로공사에서도 발생했다.

 

같은 마을의 또 다른 주민 사유지가 신설 도로공사에 포함되면서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 집 공터가 시멘트로 뒤덮여 있는 것이었다.

 

해당 주민은 자신의 거주지 인근 사유지가 도로에 편입된 사실을 알고 원상복구를 요청했고, 이에 군은 또다시 막대한 예산을 투입, 하자보수에 나섰다.

 

이 마을에서만 2년 동안 땜질식 공사에만 수천만원의 예산이 낭비된 셈이다.

 

더욱이 이 같은 땜질식 공사가 주민들의 갈등을 야기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통 마을 이장과 개발위원장 등 마을대표가 주민의 민원을 시에 전달, 시는 이 같은 민원을 바탕으로 사업을 진행하지만 모든 공사가 일부 주민들의 입장에서 전달돼 진행되는 방식이다보니 또 다른 주민에게는 피해로 작용하고 있다.

 

관련 전문가들은 “주민숙원사업은 마을 주민들이 주민의 민원을 행정기관에 전달, 이를 바탕으로 사업을 선정해 진행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문제의 소지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모든 공사 진행에 앞서 이해 관계인들과의 충분한 협의와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며 입을 모았다.

 

한 시민은 “시청이 시민을 위해 있는 건지 시민이 시청을 위해 있는 건지 모르겠다”며 “현장 확인도 없이 건축허가를 내주는 공무원들로 인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시민에게 전가되는 일이 없도록 군산시는 각성해야 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증효 기자 event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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