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증효 사회부 차장
본보에 보도됐던 익산시 학교급식꾸러미 제조일자 오표기 문제를 야기시킨 누룽지 제조업체를 사실확인을 위하여 익산시 농산유통과 직원과 동행해 취재차방문했었다.
지난 3일 본보기자는 제조업체 대표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이번에 발생한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다 보니 내용인즉 이러했다. 문제가 된 누룽지 제조업체가 익산시 급식지원센터에 납품한 누룽지는 총 2종류.
하나는 초등학교 납품용 360g짜리 1만4,648개, 둘째는 중학교 납품용 500g짜리 7.758개로 유치원과 고등학교에는 품목에 들어가 있지 않았다.
그래서 제조일자 오표기 문제가 발생한 품목은 중학생에게 납품된 제품 7,758개중에 1,280개였다.
설명을 듣다 보니 오표기 문제의 원인은 생산자가 포장지에 기재된 유통기한의 기준을 잘못 이해해서 생긴 일이라고 제조업체 대표가 해명한다.
원인인즉 중학교 납품용 봉투에는 유통기한이 제조일로부터 1년으로 별도표기를 해야 하고 초등학교 납품용 봉투에는 유통기한이 별도표기일까지라고 서로 다른 기준으로 써있어 착오한게 오표기의 원인이 되었다는 설명이다.
설명을 듣는 나는 이해했지만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해명으로는 ‘과연 소비자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가 된 중학교 납품용 포장지는 ‘제조일로부터 1년’이라면 분명 제조일을 찍어야 하는데 <2021.07.13까지>로 먼저 인쇄한것을 보고 유통기한을 제조일 기준으로 바꾸어 인쇄를 한다는게 <2020.07.13까지>와<2020.07.23까지>라고 수정 인쇄하고 제품 포장지의 ‘까지’라는 단어를 지우지 못한게 문제의 발단이 되었다고 한다.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생산자에게 “그러면 인쇄가 잘못 되었다는걸 알았을텐데 왜 그런 문제가 된 제품을 납품했느냐?”
질문하니 “영세하다보니 물건들을 체계적으로 구분해서 보관할 수도 없었다. 그 물건들이 섞인지도 모르고 납품한 후 민원이 발생한 후에 알게 되었다”며 고개를 떨구는 모습에 뭐라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급식용품을 유통관리 해야할 원협에서 검수를 못해서 발생한 문제도 있으니 원협도 책임있는 것 아니냐?”라고 묻자, 얼굴이 사색이 되며 “내 잘못으로 발생한 일이니 모든 것은 내가 책임지기로 했다. 원협은 제발 연관시키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일까?
내 손을 붙잡고 “제발… 기자님”이라며 무릎 꿇는 제조업체 대표의 행동에 잠시 당황하고 측은지심도 들었다.
업체 대표가 그런 행동을 해야 함에는 원협을 문제 삼으면 본인 업체의 불이익이 더 크기에 모든 거래가 끊기면 생계가 달린 문제라 그러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거대한 공룡 앞에 숨죽이고 아무말 못하는 누룽지 업체 대표처럼 유통의 약육강식 구조 현실 앞에 고개를 숙이는 영세업자의 모습을 접하고 나니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제조업체 대표에게 “원활한 사태수습을 위해 원협과 함께 공식적인 사과와 보상을 위해 보도자료를 첨부해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물어보니 대표는 “사과는 자기가 할테니 제발 원협은 연관짓지 말아 달라”며 울먹인다.
익산시 함열청사에 도착해 동행한 담당 공무원과 헤어지며 한마디 건넸다.
“제가 제조업체에 가기 전 다른 사례를 예를 들어 갑, 을 구조의 비애가 뭔지 잠시 이야기 드린게 이런 겁니다. 오늘 보니 제 이야기가 무엇을 뜻하는지 이해 가시죠?”하니 고개를 끄덕이며 “네. 알것 같습니다. 앞으로 업무에 깊은 고민을 해야 될 사안인 것 같습니다”라고 답변한다. 참으로 씁쓸하고 마음 아픈 취재 과정이었지만 공은 공이고 사는 사니 기자의 입장에서 팩트만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내 입장도 이해를 해 주시리라 믿는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의 소중한 먹거리를 가지고 실수를 했든 문제를 일으키는 것에 대한 책임은 회피할 수가 없다.
그리고 갑과 을의 구조에서 공동책임을 져야 함에도 남의 일인 듯 면피하려는 습성이 만연한 대형 유통업체의 부조리함에도 사회적으로 철퇴를 내려야 함도 마땅하다.
이번 제조일자 오표기 사태로 인하여 야기된 문제점들을 다시 짚어보며 관련 기관과 업체는 책임있는 사과와 후속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만일 자기 자식들에게 그런 음식을 먹이라면 먹이겠는가?
관련업체의 명쾌한 대책을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전북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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