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잉걸불

전북금강일보 | 기사입력 2022/01/03 [18:11]
정성수 시인

[칼럼]잉걸불

정성수 시인

전북금강일보 | 입력 : 2022/01/03 [18:11]

조상들은 겨울에 준비해야 할 것 중 으뜸을 땔나무라고 했다. 

 

실제로는 식량이 땔감보다 더 중요하지만 밥 한 끼는 굶어도 살 수 있지만 냉방에서는 하룻밤을 버틸 수 없다는 의미다. 

 

그 만큼 땔감 준비가 중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눈 내리는 겨울 저녁, 어머니는 우리 형제들의 공부방 아궁이 가득 장작불을 지폈다.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을 흔히 잉걸불(활짝 피어 이글이글한 숯불) 혹은 등걸불(나뭇등걸을 태우는 불)이라고 한다. 

 

잉걸불에는 두 가지의 뜻이 있다. 

 

하나는 활짝 피어 이글이글한 숯불Live charcoal, 다른 하나는 다 타지 않은 장작불Embers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너울너울 하던 불길은 사그라지고 장작에는 새빨간 불꽃이 이글거렸다. 

 

불잉걸(일명 알불이라고도 함)이다. 불광이 좋은 불잉걸을 화로에 담아 방안에 두면 그만한 난로가 없었다. 

 

불잉걸에 밤이나 고구마를 구워먹으면 그 맛은 꿀맛이었다. 

 

잉걸불은 시골 잔치마당이나 상가마당에도 있었다. 시집가는 고모를 위해 음식을 장만하거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통나무 장작을 쌓아놓고 불쏘시개로 불을 붙이면 장작은 하염없이 타기 시작하였다. 

 

장작은 제 몸을 까맣게 태워 잿더미가 되어가는 고통 속에서도 마음속에 붙은 불을 꺼트리지 못한다. 

 

타오를수록 죽어가고, 죽어갈수록 생생히 타오르는 불길은 살아서 제 몫을 다 한다. 

 

잉걸불에 대고 손바닥을 부챗살처럼 펴든 사람들의 얼굴은 붉었다. 붉은 얼굴은 삶에 미안한 얼굴이고, 치열하게 살아가지 못하는 자성의 표정들이다. 

 

사람들은 활활 타는 잉걸불에 남은 생에 복을 달라고 기도하고 있는 것이었다.

 

나도 한때는 감당할 수 없는 열정과 정열이 잉걸불처럼 솟구쳤다. 임무만 주어지면 무슨 일이던지 못할게 뭐냐는 자신감으로 온몸이 뜨거웠다. 

 

저 잘난 맛에 어른들의 말씀을 귀담아 듣지 않고 선배들의 충고를 소홀이 했다. 그것은 결국 행동을 거칠게 하고 감정을 앞세우게 만들었다. 

 

수없이 저지른 철없는 짓과 시행착오는 세월이 지난 후 뼈 시린 후회로 다가 왔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가슴에 잉걸불을 갖고 있다.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할 때 잉걸불은 활활 타오른다. 

 

자신의 행복지수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도 잉걸불을 피워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99도로 끓는 물에 1도를 더해야 수증기로 변하듯이 꿈도 노력이 있을 때 성공할 수 있다. 

 

성공을 위해서 가슴 속 잉걸불을 일으켜 그 에너지로 성공해야 한다. 

 

특히 자신을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노년은 아름답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아직 남은 불씨를 살려 잉걸불을 만들어 젊은 세대들에게 잉걸불의 교훈을 믿도록 해야 한다.  

 

잉걸불 속에서 할머니가 부지깽이 쇠끝으로 쑤석이면 자꾸만 나오던 여름철 감자나, 가을철 밤이나, 겨울철 고구마를 생각하면 힘이 절로 솟는다. 

 

아직도 가슴 한켠에 남아 있는 그런 것들은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쿵쾅거린다. 해보지도 않고 못한다 말하지 말고 작은 일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다. 

 

지금 당장 그러나 급하지 않게! 육십을 살면 21,900일, 칠십을 살면 25,550일, 팔십을 넘기면 29,200일, 구십을 넘기면 32,850일, 백 살까지 산다면 36,500일이다. 

 

짧다면 짧고 길 다면 긴 인생! 남은 생이라도 잉걸불로 사는 것은 어떤지? 사랑하기에도 바쁜 인생이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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