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네, 춤 춰봐”… 전주 모 신협 면접관 성희롱 발언 파문

나연식 기자 | 기사입력 2022/02/20 [19:05]
지난 17일 진행한 신입행원 채용과정서 직무능력과는 무관한 외모·춤 등 질문
20대 취준생 “면접장서 수치심·불쾌감 느꼈다… 정신적 충격 심해” 법적대응 검토

“예쁘네, 춤 춰봐”… 전주 모 신협 면접관 성희롱 발언 파문

지난 17일 진행한 신입행원 채용과정서 직무능력과는 무관한 외모·춤 등 질문
20대 취준생 “면접장서 수치심·불쾌감 느꼈다… 정신적 충격 심해” 법적대응 검토

나연식 기자 | 입력 : 2022/02/20 [19:05]

▲ 면접과정서 성희롱 논란이 일고 있는 전주 모 신협 전경.     ©

 

전주 태평동에 소재한 A신협에서 신입행원 채용과정에서 직무능력과는 무관한 키, 춤 등 질문으로 성희롱 논란이 일고 있어 관련자를 엄중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대되고 있다. 

 

대학을 졸업, 사회 초년생이었던 B씨는 지난 17일 오후 4시 A신협 면접 시험 응시를 위해 방문했다. 

 

면접 장소에는 임원 2명, 책임자 2명을 포함해 면접 진행요원 등 5명이 있었다. 

 

하지만 이날 A신협 면접 응시를 한 B씨는 면접관으로부터 직무능력과는 무관한 키, 춤 등 성희롱성 질문으로 면접이 진행되는 시간 내내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B씨에 따르면 “이날 면접은 오후 4시경 면접장에 들어갔다. 면접관은 총 4명이었고, 뒤에 면접 진행을 도와주는 A신협 남직원 한 명, 면접자는 혼자였다”고 밝혔다. 

 

이어 B씨는 “면접실에 들어가자마자 마스크를 벗으라고 했고, 면접이 진행되는 내내 마스크를 벗고 면접에 임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B씨는 사전에 준비해온 PPT 발표가 끝난 후 준비된 자리에 앉자마자 면접관으로부터 성희롱 발언을 들어야 했다. 

 

면접관은 B씨에게 “키가 몇 인가”라며 질의하자 B씨는 간단하게 긴장을 풀기 위한 질문으로 인지, “168cm”이라는 답변을 했다.

 

이와 동시에 질문을 던진 면접관이 치마를 입은 본인의 다리를 아래에서 위로 한번 훑었다고 전했다. 

 

B씨는 이력서에 게재한 비서 자격증과 관련, “비서 자격증은 왜 땄냐, 요즘 비서에 대한 이슈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해냐고 묻자, 취득 이유를 설명한 뒤 어떠한 이슈를 말하는지 면접관에게 다시 되물었다”고 했다. 

 

그러자 면접관 중 한 명이 “2017년에 입학했으면 학교 다닐 때 한창 이슈였겠네”라는 질의에 B씨는 2018년 한창 이슈였던 면접 중 비서 성추행, 성희롱 사건을 묻는다는 것을 인지하고 “비서는 상사를 보좌하며 상사의 업무를 대신, 처리하는 업무를 한다. 이행하는 업무와 다르게 안 좋은 이미지로 알려져 그런 일을 당했다는 기사를 접하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에 면접관은 “뭐가 안타깝다는 거지~”라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면접관의 성희롱 발언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B씨는 면접관이 본인의 전공을 언급하며, ‘예쁘다’, ‘술은 좀 하나’, ‘끼 좀 있겠네’ 등의 질문을 하면서 “춤을 춰보라”며 SNS에서 여성 BJ들이 성적 매력을 어필하는 곡으로 유명한 음악을 아냐고 물어봤다고 밝혔다.

 

이에 B씨가 거부하자 ‘그런 것도 못하냐’며 비웃었다고 전했다. 

 

또한 “사전에 본인에게 어떠한 동의도 받지 않은 채 면접진행 요원이 면접에 참여하는 본인의 모습을 카메라로 몇 차례 촬영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면접관이 “술은 좀 하나?”라는 질의에 “소주 반병정도 마십니다”고 답하니 면접관은 “항공과면 끼 좀 있겠네?”라고 하며 ‘춤 좀 춰봐’라고 질의하자, “입사를 한 후 회식자리에서 한 번 보여드리겠다”며 거절 의사를 표명했음에도 불구, 면접관은 “그때 말고 지금 춰야지”라고 말했다. 

 

심지어 면접관은 “노래 뭘로 할래? 어서 춰봐. 요즘 유행하는 노래들 있잖아 틀어봐”라고 했다.

 

이에 대해 A신협 관계자는 “B씨에게 성희롱을 염두에 두고 한 질문이 아니었다”면서 “은행 등 금융기관은 고객을 대상으로 업무를 보지만 신협은 조합원이 대상이기 때문에 대민지원업무가 주류인 신협의 특성상 외형적이고 적극적인 직원이 필요해 아마도 그런 오해가 있었나 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면접시험에서 원칙에서 벗어난 질문들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채용서류는 자사 양식이 아닌 응시자들이 문구점 등 외부에서 구입, 작성한 것으로 취미에 노래 등이 게재돼 있어 서류상으로는 알 수 없어 확인 차원에서 질문을 했다”고 덧붙였다. 

 

본보 기자가 면접에 참여했던 관계자에게 “혹시 딸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그렇다. 그건 왜?”라는 말에 “만약 입장을 바꿔서 본인의 딸이 면접에 가서 그런 수치심을 느꼈다면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는 질의에 관계자는 “개인적인 사안”이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업무와 무관한 질문을 언급, 춤을 추게 하고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한 것에 대해 거부한 면접자가 심한 고통을 받고 있다고 말하자, A신협 관계자는 “악의적으로 말한 건 아니었을 텐데 그것이 문제가 됐다면 죄송하다”고 답변했다. 

 

이어 고통을 호소하는 면접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대책을 강구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일부러 한 말은 아니었겠지만 편하게 면접자들을 대하려 했다 생긴 문제인 것 같다”며 “상대방이 그런 생각을 가졌다면 사과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일로 인해 문제가 될 만한 일들은 꼼꼼히 챙겨 개선해 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B씨의 이력서를 확인해 본 결과 A신협 관계자의 말은 사실과 달랐다. 

 

자사 양식이 없다는 A신협 관계자의 말과는 달리 B씨는 워크넷에 업로드된 이력서를 다운 받아 작성했을 뿐만 아니라 이력서 항목에는 키 등 외모 기재항목은 없었다. 

 

심지어 취미를 기재하는 항목에도 ‘노래’ 등이 아닌 ‘홈베이킹’이라고 기재돼 있었다. 

 

업무 특성상 외향적인 성격 소유자를 채용하려 했다는 금융회사의 의도와 달리 면접자가 감당할 수 없는 수치심을 유발한 것에 대해 금융회사 임직원들의 성인지 감수성도 도마에 올랐다. 

 

면접을 마친 후에도 B씨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정신과 치료를 받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B씨는 “면접에서 받은 첫 질문이 키를 묻는 것이었고, 답변 과정에서 다리를 훑는 행동을 보며 굉장한 불쾌감과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면서 “이후 면접과 관련이 없는 지속적인 외모에 대한 이야기, 거절의사를 표현했음에도 취업 준비생의 간절함을 이용한 갑질, 성희롱 섞인 발언 등을 들으며 면접을 마무리해야만 했다”며 성토했다. 

 

아울러 “저와 같은 피해를 입는 취업 준비생들이 없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행정안전부는 학연, 지연, 혈연 등 논란이 심화되자 지난 2017년 하반기부터 모든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 등 채용과정에서 학벌, 신체조건 등 개인신상 기재를 금지하는 ‘블라인드’채용 방식을 도입, 시행하고 있다. 

 

이 같은 시행안에 따라 서류전형 단계에서 응시자가 제출하는 입사지원서에는 학력과 출신지역, 가족관계, 키와 체중 등 신체조건 기재란이 없어졌다. 사진 부착도 금지되고 있다. 

 

단 특수경비직이나 연구직 등 신체조건이나 학력이 특정 업무를 수행하는 데 반드시 필요할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기재를 허용하고 있다. 

 

서류전형 없이 바로 필기시험을 치르는 경우 응시자 확인을 위해 입사지원서에 사진을 부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면접에서는 면접관이 응시자의 인적사항에 대한 질문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발표나 토론 방식의 면접을 통해 업무역량을 평가하도록 돼 있다. 

 

행안부가 도입, 시행하고 있는 블라인드 채용방식은 지자체 등 공공기관을 포함, 민간기업까지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A신협은 면접시험에서 업무와 무관한 질문으로 채용취지를 심각히 훼손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A신협이 면접시험에서 면접자에게 성희롱 발언을 일삼아 거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A신협이 진정성 있는 사과를 보여줄지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나연식·이증효 gkg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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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시언 2022/10/23 [23:25] 수정 | 삭제
  • 요즘 세상에 이런 곳이 다 있네요
  • 2022/05/20 [01:33] 수정 | 삭제
  • 이건 수사 후 처벌감. 신협 좀 당해봐라.정신좀 차려야지.
  • 놀부 2022/02/28 [13:27] 수정 | 삭제
  • 흥부가 기가막혀......
  • 김영희 2022/02/22 [16:49] 수정 | 삭제
  • 딸 가진 부모로써 너무나도 비통하네요.. 우리 딸도 밖에서 이런 취급당하며 면접을 보러다니는건 아닌지 잘 살펴야겠습니다....신협측에서 사과문이라도 올려야하는거 아닌가요?
  • ori2020 2022/02/22 [16:46] 수정 | 삭제
  • 요즘 시대가 어떤시대인데 면접에서 큰 이슈가 되었던 비서관련질문이나 하고있고;; 신협 직원뽑는거 아니였나? 면접관이면 몸 훑는 것도 참아야하나? 그래도 정신력으로 참고 끝까지 면접 임했는데 자기들이 뭘 잘못했는지 아직도 모르는것같다 제보자가 진짜 용기있는거다 이 사건은. 대부분 힘없는 취준생들은 권력 앞에서 침묵하지. 이렇게 소리내지 않는다. 이 사건을 계기로 앞으로 취업면접을 빌미로 희롱을 당하는 일은 없어져야하며, 구시대적인 발상으로 면접에 임하는 면접관들은 퇴출당해야 마땅하다.
  • 외계인 2022/02/22 [16:43] 수정 | 삭제
  • 앞뒤가 다른 인간들은 상종하지말아야한다, 자기 이득만 추구하는 인간들이 아직도 있다니 만약 본인들 자식이있다면 저렇게 할수있을까
  • 농협 2022/02/22 [14:54] 수정 | 삭제
  • 내가 니네 걸릴줄 알았다
  • 갑부 2022/02/22 [01:47] 수정 | 삭제
  • 신협 거래 이제끝!! 저런것들한테 십원도 맡기기 싫다
  • 금감원 2022/02/22 [00:11] 수정 | 삭제
  • 차라리 공개오디션을 하지.. 느그들이 원하는 이쁘고 춤잘추고 거기에 술까지 잘따르는... 신협 주점이냐?
  • 신협 2022/02/22 [00:06] 수정 | 삭제
  • 저런 겁없는 것들이 지금도 잇다니.
  • 나는나 2022/02/21 [08:45] 수정 | 삭제
  • 세상 말종입니다.
  • 전북인 2022/02/21 [08:44] 수정 | 삭제
  • 참 세상 웃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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