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회의 자유는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이다. 경찰 역시 이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을 집회 관리의 최우선 원칙으로 삼고 있다. 실제 현장의 경찰관들은 집회 참가자의 안전을 확보하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동시에 일반 시민의 일상과 공공질서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집회 양상은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특정 단체나 개인이 실질적으로 집회를 기획하고 운영하면서도 공식적인 주최자를 내세우지 않거나 책임 소재를 불분명하게 하는 이른바 '주체 없는 집회'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형태의 집회는 현장 경찰의 법 집행을 어렵게 만들고, 불법행위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물을 대상을 특정하기 어려운 문제를 낳는다.
최근 서울 송파구 투표소 인근에서 벌어진 집회·시위 역시 이러한 제도적 한계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며, 유권자는 어떠한 위압감이나 혼란도 없이 자유롭게 투표할 권리가 있다. 경찰은 선거의 공정성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법과 원칙에 따라 현장을 관리하지만, 실질적인 주최자와 책임 주체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예방적 조치와 사후 법적 책임을 묻는 데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집회의 자유는 보호되어야 하지만, 자유는 책임을 전제로 한다. 자신의 신원을 감추거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주최자를 형식적으로 내세우거나 아예 두지 않는 것은 집회·시위의 자유가 추구하는 민주적 가치와도 부합하지 않는다. 권리 행사에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이제는 입법적 보완을 진지하게 검토할 시점이다. 집회를 실질적으로 기획·조직·지휘한 사람에 대한 법적 책임을 명확히 하고, 주최자를 허위로 신고하거나 책임 주체를 은폐한 경우에는 실효성 있는 제재가 가능하도록 법률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또한 다수 인원을 조직적으로 동원하면서 신고 의무를 회피하거나 공공질서를 현저히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보다 엄정한 처벌 규정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되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제도 개선은 집회의 자유를 위축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책임 있는 집회문화를 정착시키고, 평화적인 집회는 더욱 두텁게 보호하면서 불법행위에 대해서만 명확하게 책임을 묻자는 취지이다. 이는 선량한 집회 참가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길이기도 하다.
경찰은 앞으로도 국민의 기본권을 존중하면서 공정하고 중립적인 법 집행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법의 공백은 경찰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자유와 책임이 균형을 이루는 성숙한 집회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시대 변화에 맞는 입법적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이 국민의 안전과 민주주의를 함께 지키는 길이다.
순창경찰서 경비안보계장 경감 김성기
<저작권자 ⓒ 전북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