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아이의 엄마이자 익산의 장례지도사 김리윤 씨를 만나다

이증효 기자 | 기사입력 2026/08/06 [15:40]
군인 제복 벗고 유가족 아픔 보듬는 장례지도사 길 도전

세 아이의 엄마이자 익산의 장례지도사 김리윤 씨를 만나다

군인 제복 벗고 유가족 아픔 보듬는 장례지도사 길 도전

이증효 기자 | 입력 : 2026/08/06 [15:40]

 

젊은 시절 꽃다운 청춘을 육군 중사로서 조국을 위해 '위국헌신 군인본분'의 사명을 가슴에 품고 살았던 한 여성... 군 생활 중 남편을 만나 세 자녀를 둔 행복한 가정주부로 평범한 일상을 이어 갔지만 행복은 그녀의 편이 아니었다.

 

남편의 갑작스러운 사고사는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고 젊은 나이에 세 아이를 홀로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 된 김리윤 씨.

 

한때는 그녀도 ‘죽음’이라는 단어를 생각했지만 초롱초롱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절망의 순간마다 그녀는 다시 옷깃을 여미였고 결국 그녀가 선택한 길은 조금은 낯설고도 특별했다.

 

그녀는 불혹이 안된 30대 중반 젊은 나이에 최근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며 블루오션이라 할 만큼 빠르게 변하고 있는 장례문화의 흐름을 읽고 유가족의 아픔을 보듬는 '장례지도사'가 되기로 마음먹고 과감한 도전에 나섰다.

 

어찌 보면 젊은 세대에겐 낯설고 ‘혐오스럽다’ ‘무섭다’라는 표현이 어울릴 듯한 직업을 선택해 국가공인 자격증을 취득했고 실전을 통해 전문가로서 차근차근 외롭고 힘든 길을 걸어오며 이제는 상조회사 팀장의 위치에서 당당하게 본인의 인생을 그려가고 있다.

 

본보는 슬픔을 안은 유가족 곁에서 따뜻한 진심으로 새로운 사명을 써 내려가고 있는 장례지도사 김리윤 씨를 만나 그녀의 삶과 장례에 대한 깊은 철학을 들어보았다.

 

 

■기자 : 군인에서 가정주부로 그리고 장례지도사라는 쉽지 않은 길을 걸어오셨는데 도전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 김리윤 장례지도사 : 갑작스러운 사고로 남편을 떠나보내고 홀로 가장이 되었을 때 삶의 막막함은 말로 다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세 아이를 위해서라도 멈춰 서 있을 수만은 없었죠. 과거 군인으로서 가슴에 새겼던 '위국헌신'의 사명감을 떠올렸습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던 마음을 이제는 내 이웃과 지역 사회를 위해 쓰자고 다짐했죠. 빠르게 달라지는 장례 트렌드를 보며 막막한 순간에 놓인 사람들에게 실질적이고 따뜻한 도움을 주는 장례지도사라는 직업에 제 두 번째 삶을 걸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기자 : 처음 장례지도사라는 직업을 시작할 때는 어려움도 많으셨을 텐데요.

 

■ 김리윤 장례지도사 : 처음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특별한 인맥도 거창한 방법도 몰랐죠. 그저 다이어리와 펜을 들고 떠오르는 생각을 하나씩 적고 정리하며 작은 일부터 직접 발로 뛰기 시작했습니다. 오직 ‘나를 필요로 하는 이들을 위해 서자’라는 생각 하나뿐이었습니다. 여전히 장례지도사를 낯설고 어렵게 느끼는 분들이 많지만 저는 이 직업에 깊은 자부심을 느낍니다.

 

■기자 : 최근 장례문화가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고 들었습니다. 현장에서 느끼는 변화와 실례지만 수입은 어떤가요?

 

■ 김리윤 장례지도사 : 여성으로서 수입은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과거에는 상조에 가입해 정해진 규격대로 장례를 치르는 것이 일반적이었지, 지금은 무빈소 장례나 가족장례를 선택하는 분들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조문객을 많이 받지 않고 부고를 널리 알리지 않으며 조의금도 주고받지 않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습니다. 서로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마음이 새로운 문화가 된 것이죠. 하지만 막상 이런 장례를 준비하려고 하면 방법을 몰라 당황해하는 유가족분들이 참 많습니다. 아마도 그런 부분들이 장례업에 종사하는 분들에게는 새로운 틈새 전략을 생각해 볼 수도 있는 상황일 겁니다.

 

■기자 : 그러면 장례지도사로써 유가족을 대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 김리윤 장례지도사 : 장례는 단순히 절차를 매끄럽게 진행하는 일이 아닙니다. 가풍, 지역, 종교, 그리고 무엇보다 가족의 마음에 따라 모습이 모두 달라집니다. 그렇기에 장례지도사는 정답을 미리 정해놓고 주도하는 사람이 아니라 유가족에게 가장 적합한 길을 함께 찾아가는 안내자여야 합니다. 절차나 불필요한 비용을 권하기보다 가족의 마음을 먼저 살피고 꼭 필요한 선택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는 것이 제 원칙입니다.

 

■기자 : 바람이 있다면 앞으로 어떤 장례지도사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김리윤 장례지도사 : 장례는 한 번 치르고 끝나는 의전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을 가장 따뜻하게 기억하고 배웅하는 거룩한 과정입니다. 경력이 쌓일수록 더 많이 공부하고 겸손해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화려한 말보다는 진심 어린 행동으로 기억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누구나 언젠가 처음 겪게 되는 막막한 순간 가장 먼저 떠올리고 믿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이자 익산 시민 여러분의 곁에서 늘 정성을 다하는 장례지도사가 되겠습니다.

 

 

기자는 그녀와 짧은 인터뷰를 통해 주어진 시간 속에 마치 주마등같이 펼쳐지던 그녀의 가혹한 인생을 보는 듯 했다. 하지만 어딘가 모를 단단함 속에 전쟁터에 출정하며 마치 ‘생즉필사 사즉필생’의 정신으로 인생에 임하는 어느 군인의 정신을 엿 볼 수 있었다. 군인의 신분에서 셋 아이들의 엄마 그리고 가장이라는 가혹한 삶 앞에 결코 포기를 할 수 없었던 그녀 인생 위에 기다리고 있는 희망과 성공적인 삶에 대해 마음의 힘찬 박수를 보낸다.

                                       

/이증효 기자 event00@naver.com

 

 

 

                                         

정론직필로 진실만 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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