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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흥길, 소라단 가는 길 문학의 집’ 개관… 친필 원고·집필 도구 등 70여 점 공개 소설 속 실제 무대 ‘소라산 솔숲’, 시민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 [기획] 한국 현대문학의 거장 윤흥길, 익산 소라단에 둥지 틀다‘윤흥길, 소라단 가는 길 문학의 집’ 개관… 친필 원고·집필 도구 등 70여 점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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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문학의 거장이자 분단문학의 거목인 윤흥길 작가(84)의 깊은 문학 세계와 그의 정신적 고향인 익산의 향토 문화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념비적인 공간이 마침내 문을 열고 시민들과 만났다.
익산시는 지난 19일 소설의 실제 배경이자 시민들의 소중한 녹지 공간인 소라공원에서 ‘윤흥길, 소라단 가는 길 문학의 집’(이하 문학의 집) 개관식을 성황리에 개최했다.
이번에 문을 연 ‘문학의 집’은 윤 작가의 대표 연작소설인 ‘소라단 가는 길’을 핵심 모티브로 이날 윤흥길 작가와 정헌율 익산시장 및 지역 문화예술계 인사, 익산 시민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문학의 집은 소설 속에 생생하게 녹아 있는 한국전쟁 전후의 아픈 역사와 작가의 어린 시절의 기억 그리고 익산 고유의 문화적 자산을 재조명하고 이를 시민과 공유하기 위해 기획된 복합문화공간이다.
“그날 이후로 소라단은 우리의 놀이터가 되었다”라는 소설 속 아련한 문장처럼 어두운 시대적 비극 속에서도 인간애와 따뜻한 동심을 영원히 기억하고자 하는 작가의 염원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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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영혼 속에만 존재하던 문학 구락부 ‘실물 건축물’로 우뚝 서다
이날 개관식에서 가장 큰 울림을 준 것은 윤흥길 작가의 소회였다.
그는 인사말을 통해 “사실 이 소라단 가는 길 문학 시설은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이미 내 영혼 속에 ‘문학 구락부(클럽)’의 형태로 완벽하게 세워져 있었다”면서 “그동안 영혼 속에만 담아두었던 가상의 공간이 오늘 익산시와 시민들의 정성 덕분에 눈앞에 현실이 되니 작가로서 얼마나 감사하고 보람찬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고 소회를 밝혔다.
윤 작가는 1942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났지만 여섯 살 때 익산으로 이주해 학창 시절을 보내고 원광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는 등 인생의 가장 중요한 황금기를 익산에서 보냈다.
그는 “익산이야말로 내 문학의 모태이며 심장이며 학교다”라며 “내 문학 인생의 절반 이상이 이곳 익산에서의 성장 과정에서 비롯되었다”라고 회상의 실타래를 이어갔다.
또한 익산을 소설 공간으로 삼아 집필한 수많은 작품들이 오늘날 중·고등학교 국어 및 문학 교과서 전문 교과서에 실리고 수능 시험과 모의고사에 단골로 출제되고 있는 것에 대해 익산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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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군에 뺏길 뻔한 거장… 익산시의 ‘초단시간 군사 작전’ 건립 비화
이번 ‘문학의 집’ 탄생 뒤에는 익산시의 발 빠른 행정력과 정헌율 익산시장의 강력한 의지가 빚어낸 일화가 숨어 있다.
당초 해당 공간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도시공원 민간특례 사업의 일환으로 소라공원 내에 조성된 관리사무소 건물이었고 시는 이곳에 도비를 확보해 ‘작은 도서관’을 건립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헌율 시장은 지난해 가을 윤흥길 작가가 인근 완주군에 문학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정 시장은 익산의 정신을 대변하는 최고의 거장을 타 지역에 먼저 보낼 수 없다는 절박함에 “작은 도서관 계획을 전면 수정하고 윤흥길 작가님의 문학 세계를 기리는 공간을 익산에 먼저 만들자”는 결단을 내렸다.
이후 건립 과정은 그야말로 ‘군사 작전’을 방불케 할 만큼 신속하게 진행돼 익산시 문화관광산업과는 작년 9월부터 10월까지 작가와 직접 만나 전시 콘텐츠와 공간 방향을 긴급 협의하며 익산시의회의 전폭적인 지지와 승인을 얻어 2026년도 본예산에 3억 4,000만 원을 전격 편성했다.
드디어 익산시는 각고의 노력 끝에 올해 1월 윤 작가로부터 친필 원고와 평소 사용하던 집필 도구 등 54개 품목 등 70여 점의 소중한 자료를 기증받았다.
이후 수개월 만에 내부 리모델링과 전시 시설, 냉난방 공조시설 설치를 완벽히 마무리 짓고 이날 개관을 맞이했다.
정헌율 시장은 “윤 작가님은 익산 사람들만이 깊이 이해할 수 있는 토종 사투리와 정서를 작품 속에 암호처럼 정밀하게 새겨 넣은 익산의 혼을 대표하는 분”이라며 “시장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우리 공무원들이 정성을 다해 초단시간 내에 이 사업을 매듭지어 준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너무나 고맙게 생각한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또한 “비록 실내 공간은 아담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넓은 소라산 솔숲 전체가 이 문학의 집 앞마당이자 부속 정원”이라며 “소설 속 공간이 시민들의 따뜻한 사랑방이자 휴식과 사색의 공간으로 되살아난 만큼 격조 높은 문화 명소로 거듭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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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소라단 가는 길’이 가진 문학적 가치와 복합문화공간의 미래
이날 윤 작가는 자신의 작품 ‘소라단 가는 길’의 구조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는 이 소설을 ‘옴니버스 소설’이라고 정의하며 “마차 시대에 영국 런던 시내를 달리던 합승 마차를 ‘옴니버스’라고 불렀듯 이 소설 역시 서장과 종장을 제외한 8편의 사파(에피소드) 속 주인공들이 제각각 완전히 다른 사람들로 등장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록 타고 있는 승객(주인공)은 모두 다르고 내리는 목적지도 다르지만 마차가 향하는 궁극적인 방향은 같고 그것은 바로 6·25 전쟁을 전후한 가장 어렵던 시절의 익산 풍경”이라며 “모순 가득한 시대 속에서 우리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도우며 상처를 치유해 나갔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작가가 환갑을 넘겨서야 세상에 빛을 본 작품이 작가 개인에게도 문학적으로 가장 애착이 깊은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문학의 집’은 앞으로도 단순히 유물을 박제해 두는 전시관에 머물지 않고 시민들이 문학을 매개로 소통하는 생동감 넘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될 계획이다. 전시실은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오전 10시~오후 6시, 월요일 휴관)까지 시민들에게 상시 개방된다. 내부 세미나실은 시민들의 다양한 인문학 모임, 독서 동아리, 교육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대관 서비스(신청 및 문의: 063-853-6332)를 제공한다.
익산시는 향후 이 공간을 거점으로 삼아 인근 강경의 ‘박범신 문학관’, 부여의 ‘신동엽 문학관’ 등 백제권·금강권의 대표적인 문학 거점들과 연계하여 익산만의 차별화된 문학 관광 기행 콘텐츠를 발굴해 나갈 방침이다. 아울러 시민들의 이용 수요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향후 단계적인 공간 확장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고향이 베푼 은덕을 시민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며 추가 유물 기증까지 약속한 거장 윤흥길 작가.
그의 문학의 집이 메마른 현대 사회 속에서 아늑한 보금자리가 되기를 그리고 익산의 문화적 정체성을 드높이는 찬란한 등대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증효 기자 event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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