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라도 지역 방언(方言)의 특징 (下)

온라인편집팀 | 기사입력 2025/04/01 [18:27]
김재영 정읍역사문화연구소 이사장

[칼럼] 전라도 지역 방언(方言)의 특징 (下)

김재영 정읍역사문화연구소 이사장

온라인편집팀 | 입력 : 2025/04/01 [18:27]

©전북금강일보

묵은지,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는 전라도 말

전라도에서 쓰는 방언 가운데 하등 이상할 것이 없는 말이 있다.

 

전라도에서 김치를 ‘지’라고 한다. 

 

그래서 김치 담그는 재료를 옛날에는 ‘짓거리(지+ㅅ+거리’)라 했고, 오래된 김치를 ‘묵은지’라 했다.

 

사실 ‘지’도 방언이 아닌 한자말이다. 담글 ‘지(漬)’자이다. 

 

그래서 고춧가루가 들어오기 전에는 단순히 채소를 소금에 절였기 때문에 ‘염지(鹽漬)’라 부른 것이다. 

 

일본 『고사기(古事記)』에 백제사람 수수보리(須須保利)라는 사람이 일본으로 건너가 술을 만드는 방법을 전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아마도 그 술은 막걸리(莫乞里)였을 것이다. 

 

『정창원 문서』(752-?)에 이 사람 이름이 들어간 ‘수수보리지(須須保利漬)’라는 ‘지’가 나온다.

 

여기서 ‘지’는 곡물에 소금을 섞고 채소를 재운 것이다. 

 

하지만 기후가 따뜻한 일본에서 곡물을 이용한 김치는 쉽게 산패되기 때문에 곡물 대신에 쌀겨를 이용하여 단무지(다꾸앙지)가 나오게 된 것이다.

 

결국 김치의 원조격인 ‘지’가 일본으로 건너가 단무지가 된 것으로 보인다.

 

김치의 원조도 초에 절인 장아찌 같은 ‘저(菹)’라는 것이었다. 

 

이제 ‘묵은지’가 전국 어디서나 통용되고 있다. 당당히 식당 메뉴에도 올라왔다.

 

묵은지고등어찜, 등갈비묵은지찜은 익숙한 입맛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전라도에서 나타나는 전설모음화와 ㅣ 모음역행동화 그리고 구개음화 현상

측간이 치깐이 된 것은 ㅈ,ㅊ 다음에 이어지는 ‘ㅡ’가 ‘ㅣ’가 되는 ‘전설모음화(前舌母音化)’ 현상이다. 

 

이는 경상도 일부지역에서도 쓰이는 현상으로 전라도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전라도에서는 이 같은 전설모음화현상과 ‘ㅣ 모음역행동화(母音逆行同化)’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래서 지팡이는 ‘지팽이’가 되고, 아지랑이는 ‘아지랭이’가 된다.

 

아비는 ‘애비’가 되고, 고기는 ‘괴기’가 된다. 

 

‘속’이 ‘쇡’이 아니다. 왜 그랬을까.

 

발음하기 쉽기 때문이다.

 

발음하기 어렵고 까다로운 단어는 피하기 때문이다. 

 

‘ㄱ, ㅎ’ 등이 ‘ㅈ, ㅅ’ 으로 변하는 ‘구개음화(口蓋音化)’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길’은 ‘질’이 되고, ‘기름’은 ‘지름’이 된다. 

 

‘형님’은 ‘성님’이 되고, 김치는 ‘짐치’가 된다.

 

 

‘귀신 씻나락(씬나락) 까먹는다’는 이야기 들어 보셨나요

오래된 말이다. 이치에 닿지 않는 말을 할 때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한다.’거나 ‘개풀 뜯어먹는 소리한다.’고 상대를 힐난(詰難) 했었다. 

 

엉뚱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알겠는데 씻나락은 무엇을 의미하는 말일까. 

 

씻나락은 ‘씨+ㅅ+나락(벼)’으로 구성된 글자이다. 그러니 씻나락은 ‘종자 볍씨’라는 뜻이 된다. 

 

그럼 개는 정말 풀을 먹지 않는가.

 

개는 풀을 먹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왔기 때문에 개가 풀을 뜯는다는 것은 분명 이상한 일로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개도 풀을 뜯어 먹는 경우가 있단다.

 

그렇다면 속담이 잘못 전해진 것인가.

 

아니다. 통상적인 예에 비추어 볼 때 그렇다는 이야기다. 

 

글자 구성의 원리나 이러한 관용적인 표현을 따져보면 전라도 말은 촌스러운 게 아니다. 오히려 합리적이다. 

 

또 전라도 방언의 상당 부분이 한자말에서 온 것이고, 이것이 발음상 편하다보니 굳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솔인가 부추인가, 정구지인가

전라도 방언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미미하다고 하지만 지역 방언에 대한 차별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전라도 말이 있다. ‘솔’이라고 하는 채소다. 

 

막걸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솔로 부친 노릇노릇한 전이 안주에 최고이기 때문이다. 

 

솔은 표준말로 ‘부추’다. 바늘처럼 뾰족하게 솟아있는 모양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다.

 

뾰족하게 솟은 모양에서 소나무를 ‘솔’이라고도 하고, 풀뿌리나 털 등으로 만들어 옷이나 먼지를 터는 데 쓰는 도구 또한 ‘솔’이라고 한다.

 

구두솔, 옷솔이 그렇다.

 

‘부추’는 ‘구채’(韭부추 구, 菜나물 채)라는 한자어에서 유래된 말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말을 서울에서 쓴다 해서 표준어가 되고, 전라도에서 쓰는 ‘솔’은 방언이 되었다. 

 

충청도와 경상도 일부에서는 ‘정구지(精久持)’라고 한다.

 

정력을 오랫동안 유지시켜 준다는 뜻의 ‘정구지’ 역시 한자어에서 유래된 말이다. 

 

‘정구지’는 초가집을 헐고서라도 심어야 할 만큼 정력에 좋다 해서 ‘파옥초(破屋草)’라는 다른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부추는 승려들의 정력이 강해지는 걸 막기 위해 사찰에서 특별히 삼갔던 오신채(五辛菜) 가운데 하나였다. 

 

경상도에서는 부추를 ‘소불’ 또는 ‘소풀’이라 한다. 이는 ‘솔’계의 방언이다. 

 

이들 단어 가운데 표준어를 다시 제정한다면 무엇이 되어야 할까.

 

한국어 「표준어 규정」 제3절 ‘방언’ 제23항을 들여다봤다. 

 

‘방언이던 단어가 표준어보다 더 널리 쓰이게 되면 그것을 표준어로 삼고, 원래의 표준어는 그대로 남겨둔다’고 되어 있다.

 

솔, 많이 쓰면 표준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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