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철인’송태규 더불어민주당 익산갑 지역위원장이 남긴 익산 정치의 변곡점
[기획] “지역은 중앙정치 하청 무대가 아니다”‘정치 철인’송태규 더불어민주당 익산갑 지역위원장이 남긴 익산 정치의 변곡점“정치란 시민의 등이 따습고 그들이 순하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다”
지난해 11월 이춘석 국회의원의 사태로 공석이 된 더불어민주당 익산갑 지역위원회에 ‘구원투수’로 등장했던 교육자 출신의 송태규 신임 위원장 내정자가 던진 첫 성이다.
당시 지역 정가는 그를 두고 ‘선거 관리만 하다 갈 인사’라며 폄하하기도 했다.
그러나 7개월이 지난 2026년 6월 말을 기점으로 임기를 마치고 야인으로 돌아가는 그의 발자취는 단순한 ‘관리’를 넘어 익산 정치사에 깊은 ‘변곡점’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400회 이상의 헌혈을 한 ‘헌혈왕’이자 25년간 철인 3종 경기를 뛰어온 강철 체력의 노장.
그가 ‘철인의 정신’으로 눌어붙은 익산의 정치 불판을 갈아엎고자 했던 7개월의 기록을 인터뷰 형식으로 정리했다.
‘계파·인맥 구태’ 백화점에 던진 출사표
송태규 위원장이 취임했을 당시 익산갑 지역위원회는 깊은 갈등의 골에 빠져 있었다.
이른바 ‘이춘석 라인’과 ‘김수흥 라인’으로 대변되는 계파 정치와 인맥 정치가 지역을 옥죄고 있었다.
송 위원장은 취임 직후 익산시청 기자실을 찾아 “현재 익산갑의 가장 큰 문제는 계파와 인맥으로 얽힌 구조”라고 일갈하며 탕평책의 일환으로 양측 라인의 핵심인 박철원·최재현 시의원을 각각 사무국장과 차장에 내정하는 파격 행보로 화합의 신호탄을 쐈다.
송태규 위원장은 “주변에서 별의별 소리가 다 들렸지만 무서울 것도 두려울 것도 없었다. 기회주의로 살아온 삶이 아니었기에 오직 원칙과 공정성만 보았고 인재 발굴부터 검증까지 시스템을 다시 짜는 것이 제 임무였다”라고 말했다.
개혁 : 시의회는 노후 보장하는 노인정이 아니다
그의 개혁 의지가 가장 뜨겁게 타올랐던 곳은 지방선거 공천 면접장이었다.
20년, 24년씩 자리를 지켜온 전직 시의회 의장들이 또다시 출마 의사를 밝히자 그는 이들의 용퇴와 불출마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며 정면충돌했다.
송태규 위원장은 “면접장에서 마주한 중진 의원들의 변명은 참담했다. 의장이 되기 위해 ‘차기 불출마’를 약속해 놓고 자리를 차지하니 사탕 삼키듯 약속을 어긴 사람, 청사 완공 감독을 핑계 대더니 완공 후에도 자리에 연연하는 사람이 있었다”면서 “심지어 한 중진 시의원은 의장단 선거 때마다 돈 선거가 오간다는 뼈아픈 고백까지 했다. 물은 고이면 탁해진다. 익산시의회는 개인의 노후를 보장하는 ‘노인정’이 아니다.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것이 어른의 도리이다”라고 밝혔다.
송 위원장은 일부 구태 정치인들이 언론을 동원해 배후에서 모략하고 “3선 이상은 다 물러나라고 했다”며 징징거릴 때도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고 회고한다.
오히려 페이스북을 통해 “눌어붙은 불판은 갈아야 익산의 미래라는 맛있는 음식을 태우지 않는다”며 시민 사회와 언론의 동참을 호소했다.
소신 : 중앙정치 향한 쓴소리
지방선거 기간 중 민주당 전북 민심이 녹록지 않자 그는 정청래 당 대표를 향해 “전북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글을 SNS에 공개적으로 올려 정계를 뒤흔들었다.
송태규 위원장은 “특정인을 비판하려던 게 아니다. 중앙 정치인이 내려와 큰 그늘을 드리우기보다 땅에 뿌리내린 지역 후보들과 주민들의 목소리가 먼저여야 했다. 지역은 중앙정치의 하청 무대가 아니다. 지방자치의 자존감과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위원장으로서의 당연한 소신이었다”고 전했다.
중앙을 향해 당당했던 그의 국가관은 그의 명함에서도 드러난다.
경상도 출신이냐는 오해를 받으면서도 그의 명함 속 본적(등록기준지)은 30년째 ‘독도’로 되어 있다. 일본의 교묘한 역사 왜곡에 맞서 온 가족의 본적을 옮긴 행동파 교육자의 면모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대목이다.
합당론에 대한 통찰 : 메기(조국혁신당)가 있어야 청어가 산다
원외 지역위원장으로서 거대 정당의 나아갈 길에 대한 정책적 혜안도 깊었다.
그는 한창 뜨거웠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 논의에 대해 거대 여당을 견제할 ‘메기 효과’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신중론을 펼쳤다.
송태규 위원장은 “정당의 힘은 국민의 신뢰에서 나온다. 큰 나무도 새순이 돋지 않으면 결국 늙어 죽는다. 8월 전당대회는 권력 투쟁이 아닌 노선 경쟁이어야 하며 특정인보다 가치가 앞서고 계파보다 국민이 앞서야 민주당이 큰 강물로 나아갈 수 있다”라고 전했다.
퇴임 : 약속을 지키는 것이 혁신의 첫걸음
7개월의 짧은 임기를 마치고 다시 야인으로 돌아가는 송태규 위원장.
그의 주위에서는 여전히 차기 총선이나 지방선거 출마 가능성을 저울질하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그는 ‘차기 불출마’라는 취임 당시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단호히 자리를 내려놓았다.
송태규 전 위원장은 “지난 7개월은 무언가를 얻은 시간이 아니라 ‘정치도 신뢰와 약속 위에 설 수 있다’는 믿음을 실천한 시간이었다. 말의 무게를 지키고 싶었다”면서 “비록 자리는 내려놓지만 익산을 위한 마음까지 내려놓은 것은 아니다. 내일 일은 내일의 바람에게 맡기고, 제 앞에 놓인 길을 조용히 차분하게 걸어가겠다”라고 밝혔다.
어찌 보면 짧은 기간 동안 정점(頂點)보다 변곡점(變曲點)을 남긴 송태규 위원장.
스스로 권력의 ‘정점’에 서기를 거부하는 대신 기득권과 계파로 얽히고설킨 익산 정치 구도에 균열을 내는 ‘변곡점’이 되기를 자처했다.
인재의 순환 구조를 만들고 약속을 이행하는 정치를 몸소 보여준 그의 퇴장은 고인 물이 가득한 지역 정가에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속에서 무거운 숙제와 깊은 울림을 남겼다.
다시 자연인으로 돌아가길 자처한 그를 바라보는 기자는 그의 미래도 순탄치만은 않겠지만 지역 정치 방향에 대해 ‘변곡점’ 찍으려 노력한 그의 무거운 발자국은 뭇사람들의 가슴속에 오랜 시간 동안 회자되며 기억될 것이라 확신하며 그의 미래를 응원한다. /이증효 기자 event00@naver.com <저작권자 ⓒ 전북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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