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된장의 오덕(五德)

기동취재부 | 기사입력 2018/07/17 [17:40]
조현주 한국약선음식연구원장·감로헌 대표

<전문가 칼럼>된장의 오덕(五德)

조현주 한국약선음식연구원장·감로헌 대표

기동취재부 | 입력 : 2018/07/17 [17:40]

 어느 민족의 정체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이 ‘말’과 ‘음식’이라고 한다. 우리의 음식, 우리의 식생활문화는 수천 년이 집약된 지혜의 산물이며 특히 된장은 우리 음식문화의 정수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된장에 우리 선조들은 다섯 가지 덕이 있다고 하였다. 된장의 다섯 가지 덕을 살펴보면, 첫 번째 덕은 단심이다. 된장은 음식을 조리할 때 다른 음식이나 다른 식재료와 섞여도 결코 된장 고유의 맛을 잃지 않는다. 두 번째 덕은 항심이다.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고 오히려 오래 묵을수록 깊은 맛을 낸다. 세 번째 덕은 무심이다. 된장은 각종 병을 유발시키는 지방질을 없애 준다. 네 번째 덕은 선심이다. 된장은 매운 맛, 독한 맛, 비린 맛 등을 제거하거나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다섯 번째 덕은 화심이다. 된장은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려 조화를 이룰 줄 안다. 일편단심과 항상심으로 언제나 변하지 않는 신뢰를 오래도록 지키고 유지하기 위하여 상호비방을 하지 않는 무심을 유지할 줄을 알았고, 설사 이웃 간에 말다툼이나 어떤 분쟁이라도 생길라치면 언제나 선심으로 부드럽게 하여 서로 어울려 조화할 줄 아는 화심이 바로 우리 민족의 기본적 정서가 아닌가 한다. 그럼 이 된장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된장은 콩을 발효시켜 만든 음식이다. 들에 있는 야생콩을 작물로 재배한 시기는 약 4,000년 전으로 추정되는데, 원산지인 만주지역은 옛 고구려의 영토였던 만큼 콩을 발효시켜 만든 ‘된장’이 고구려와 발해의 특산물로 꼽히게 된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
 또 농경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에서 된장이 발달한 것은 영양학적으로 의미가 큰데, 육류에서 섭취하지 못하는 필수영양소를 콩을 발효시켜 보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에는 일본식 된장인 ‘미소’가 있고, 중국에도 콩으로 만든 된장인 ‘황장’ 혹은 ‘두장’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사람들이 모두 즐겨 먹는 음식재료인 된장은 원래 우리나라에서 가장 발달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 된장이 발달했는지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학자들은 최소 삼국시대이전부터 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록으로는 삼국사기에 처음 등장하는데, 신라 신문왕 3년, 서기 683년에 김흠운의 딸이 왕비로 간택되어 입궐할 때 폐백품목으로 ‘장’과 ‘시’가 들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이때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간장과 된장을 따로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또 신라 문무왕이 671년 당나라 장군 설인귀가 웅진도독부를 설치하려는 것을 막기 위해 보낸 항의문에는 “웅진길이 막혀 염시가 바닥났다.”라는 표현이 있는데, 염시는 삶은 콩에 콩 누룩을 섞어 소금물에 담갔다가 발효시켜 말린 것으로 지금의 ‘청국장’이다.
 고려사지에는 1018년 거란족이 침입했을 때, 지금의 의주지방인 흥화진 백성들이 굶주리고 있어 조정에서 옷감과 소금, 된장을 보급했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또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에도 여름에는 된장, 겨울에는 김치가 있어야 한다고 기록되어 있어 된장은 고려시대 때 이미 우리의 식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품으로 자리 잡았음을 알 수 있다. 된장 담그는 법은 조선 명종9년인 1554년에 편찬된 구황촬요에 잘 나타나 있으며, 모두 8가지의 된장 제조법이 실려 있다. 어쨌든 된장 제조기술은 역사적으로 우리나라가 가장 발달했던 것만큼은 분명한 것 같다. 콩 문화의 발상지였던 우리나라는 이처럼 오래 전부터 콩으로 메주를 쑤어 장을 담가왔다. 초기의 된장은 간장과 된장이 섞인 것과 같은 걸쭉한 장이었으며, 삼국시대에는 메주를 쑤어 장을 담그고 맑은 장도 떠서 썼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리고 8~9세기경에는 장이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건너갔다는 기록이 많다.
 일본의 된장을 미소라 하는데 한자로 쓰면 ‘말장’이 된다. 701년에 저술된 일본의 ‘대보율령’에 장, 시, 말장이라는 말이 나오고, 아라이 하쿠세키는 자신의 책 ‘동아(東雅,1717)’에 “고려의 장인 말장이 일본에 건너와 그 나라 방대로 미소로 불렀다.”라고 기록했다.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는 장 담그는 법에 대한 구체적인 문헌이 등장하는데, 조선 현종때 서원현감 신숙이 1660년에 지은 구황보유방에 의하면 메주는 콩과 밀을 이용하여 만들어져 오늘날의 메주와 크게 다르다고 하였으며, 콩으로 메주를 쑤는 법은 조선 영조 42년(1766)에 서유구가 홍만선의 산림경제를 증보한 증보산림경제에서 보이기 시작하여 오늘날까지도 된장 제조법의 기본을 이루고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는 콩 문화의 발상지답게 콩 가공식품인 메주를 만들어 이웃나라에까지 전래하여 그들의 식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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