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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수 시인
숲속을 걸을 때 정겨운 것은 풀숲에서 들리는 풀벌레 울음소리다.
우는 풀벌레로는 여치, 귀뚜라미, 베짱이, 방울벌레 등이 있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곤충이 여름에는 여치다. 수컷 여치는 한낮에 “쩝, 그르르르륵∼”크고 단절적인 울음소리를 낸다.
가을의 대표적인 곤충은 귀뚜라미다.
귀뚜라미는 한쪽 윗날개 뒷면에 돋아난 미세돌기들을 반대쪽 날개 가장자리에 있는 마찰 편으로 긁어 소리를 낸다.
시골에서는 낮뿐만 아니라 밤에도 댓돌 밑이나 마루 밑에서 밤새도록 귀뚜라미가 울어댔다.
수컷은 한낮에 짝을 찾기 위해 풀숲에서 우는데 우리들은 우는소리를 듣고 귀뚜라미를 잡으러 다녔다.
울음소리를 따라 가만가만 다가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소리를 멈춘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잡은 귀뚜라미는 유리병 속에 넣었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밀짚으로 귀뚜라미 집을 만들어 마루 구석에 놓아뒀었다.
가까이에서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듣고 싶기 때문이었다.
밤이 되면 귀뚜라미는 울었다. 방 안에서 듣는 귀뚜라미 울음소리는 처량했다.
괜히 잡아왔나 생각하면서 귀뚜라미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귀뚜라미를 잡느라 풀숲을 헤치고 다니면 팔뚝에 난 크고 작은 상처들은 아물 날이 없었다.
연고 한번 바르지 않아도 탈이 나지 않았다. 요즘 아이들은 모기에 한 번만 물려도 병원에 가는 세상이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은 풀숲을 들여다볼 시간도 여유도 없다. 부모들은 다친다고 염려하고, 벌레에게 물린다고 걱정이 태산이다.
학교가 파하기 무섭게 학원으로 달려가는 아이들은 공부를 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출석을 위해서 가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아이들이 듣는 소리는 휴대폰이 울어대는 벨 소리,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소리, 자동차 엔진 돌아가는 소리와 빵빵거리는 클랙슨 울리는 소리 등 인공적·가상적인 별의별 소리로 귀를 가득 채운다.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메말라가고, 인스턴트 식사에 감정에 사로잡혀 이기적이 되어 가는 요즘 세상이다.
음音은 소리의 여운이며 마음心은 소리의 근본이라고 한다.
소리는 곧 마음을 대표하는 그릇이다.
풀벌레 울음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다. 그 외에도 자연의 소리는 지친 마음과 머리를 쉬게 해준다.
알파뇌파가 나와 잡념을 없애고 정신을 하나로 통일시켜준다고 한다.
무념무상의 경지로 들어간다는 것은 번뇌와 고통까지도 치유한다는 것이다.
자연의 소리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의 시작이면서 끝이다. 각박하고 삭만한 틀에 박힌 생활이 길어질수록 몸은 피곤하고 마음은 너덜너덜해진다.
핸드폰 신형이 나오고 컴퓨터가 발달할수록 삶은 편해지고 윤택하겠지만 마음 한구석은 늘 비어있어 허전하다.
자식들에게 대형 아파트를 물려주고 감춰둔 재물을 증여하기보다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자연의 소리를 듣는 추억을 만들어줘야 한다.
풀벌레 울음소리, 솔바람 소리, 빗소리, 발자국 소리, 산새·들새 노랫소리, 냇물 흐르는 소리는 물론 핏빛 오색단풍과 눈이 시리도록 파란 가을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 소리까지 자식들의 몫이다.
뿐만 아니라 자연의 소리들은 우리들의 피폐해진 마음을 정화한다.
자연의 소리 속에서 영혼의 소리를 끊임없이 듣고 느끼어 깊이 있는 삶과 생명의 진동은 물론 생명의 순수를 느낄 때 의식은 윤택해진다.
자연과 영혼이 합일이 되어 아름다운 소리를 내고 종당에는 맑고 투명한 세상이 열린다. <저작권자 ⓒ 전북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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