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라도 지역 방언(方言)의 특징 (上)

온라인편집팀 | 기사입력 2025/03/31 [17:58]
김재영 정읍역사문화연구소 이사장

[칼럼] 전라도 지역 방언(方言)의 특징 (上)

김재영 정읍역사문화연구소 이사장

온라인편집팀 | 입력 : 2025/03/31 [17:58]

  © 전북금강일보

영호남 방언의 가장 큰 차이는 모음 수에 있어 호남이 영남보다 최대 3개 가량 많다는 점이다. 

 

또 경상도 말이 높낮이에 의해 단어의 의미를 구분하는 반면 전라도 말은 단어의 길고 짧음에 따라 뜻이 달라진다. 

 

다시 말하면 경상도는 첫 음절이나 둘째 음절 등을 높거나 낮게 발음해 뜻을 달리한다. 

 

이 같은 경상도 방언의 성조는 이 지역 방언이 다른 지역 방언보다 더 보수적임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중세국어를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증거가 된다. 

 

현재는 경상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방에서 높낮이는 없어지고 장단만 남게 됐으며, 경상도에서는 젊은 층으로 내려 갈수록 장단에 의해 의미 차이를 만드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밖에도 경상도 방언의 특징 중 하나로 어중에서 ㄱ과 ㅂ, ㅅ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ㅂ의 경우, 덥다, 춥다, 곱다라는 동사의 활용형인 아이고 더버라, 추버라, 고바라에서 찾을 수 있다.

 

경상도에서 ‘ㅡ’와 ‘ㅓ’의 구분이 약한 곳도 있다. 여기서는 ‘특별시’가 ‘턱별시’가 된다. 

 

TV 프로그램에서 어느 개그맨이 해서 유명했던 말이다.

 

‘ㅕ’를 ‘ㅔ’로 발음하는 경우도 많다.

 

경제가 ‘겡제’가 되고, 형님이 ‘헹님’이 된다.

 

이에 반해 전라북도에서는 표준모음 10개 ㅣㅟ ㅡ ㅜ ㅔ ㅚ ㅓ ㅗ ㅐ ㅏ를 다 발음하고 있다.

 

전북대학교 이태영 교수에 의하면, 아나운서 중에 전라북도 출신이 많은 것은 바로 발음이 정확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주장이다. 

 

전남은 이 가운데 ‘ㅔ’(게)와 ‘ㅐ’(개)를 뚜렷하게 구분해서 발음하지 못하기 때문에 모음 체계가 9개가 된다.

 

‘ㅔ’는 손가락이 하나 들어갈 정도로, ‘ㅐ’는 손가락이 두 개 들어갈 정도로 입을 크게 벌려서 하는 발음이다. 

 

이것이 어려우니까 ‘게’는 ‘기’로 대체 발음된다. 물론 접촉방언으로 일부에서 ‘기’로 발음하는 곳이 있다. 

 

또 전라도 방언은 어두에 ‘ㄹ’음이 쓰이는 경우가 드물다.

 

라디오는 ‘나지오’가 되고, 라면은 ‘나멘’으로, 리어커는 ‘니아카’로 발음된다.

 

 

전라북도와 전라남도 방언의 차이

전라도 방언하면 당연히 전라북도가 포함되는 말이지만 흔히 남도방언을 일컫는 경우가 많다. 

 

전라북도와 전라남도의 방언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가장 큰 차이는 ‘억양’일 것이다.

 

남도가 발음이 세고, 북도는 발음이 세지 않기 때문이다. 

 

흔히 쓰는 말 중에 ‘그리고’, ‘그렇지’를 ‘그라고’, ‘그라제’라고 하는 데서 잘 알 수 있다. 

 

전라북도에서 ‘그러니까’라는 뜻의 ‘긍게’가 남도로 가면 ‘긍께’로 변한다.

 

심지어 남도에서는 집을 지었다 하지 않고, ‘짓었다’고 한다. 

 

물론 이와 같이 발음을 세게 하는 경우는 남도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전라도 말, 과연 촌스러운가

어렸을 적 내가 쓰는 전라도 말이 왜 이렇게 촌스러울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자랐다. 솔직히 말하면 부끄러웠다. 

 

일일이 그 예를 든다면 정말 ‘엄청나게’ 많을 것이다.

 

이런 경우, 전라도에서는 ‘허벌나게’ 많다고 한다. 

 

예컨대 그 대표적인 것이 ‘치깐’이나 ‘개와찜’, ‘소매’ 같은 그 어원을 도무지 알 수 없는 말들이었다. 

 

지금은 사라진 말들이다.

 

물론 ‘겨우’라는 뜻의 ‘포-도시’라는 말과 ‘저물도록’이라는 뜻의 ‘점-드락’이라는 정겨운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시적인 어휘에 가까운 ‘폭폭허다’는 말도 있다. 

 

살다보니 전라도 말이 다 촌스러운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진위여부를 잘 알 수 없지만 산스크리트어(Sanskrit語, 범어)에서 왔다는 ‘거시기’와 ‘아-따’(indeed, truly)라는 향토색 짙은 말도 있다. 

 

달짝지근하다(조금 달콤한 맛이 있다), 뻑쩍지근하다(조금 뻐근하고 거북한 느낌이 있다)는 말도 전라도에서만 쓰는 말이다. 

 

하지만 ‘개와찜’과 ‘소매’라는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어린 나이에 그 뜻을 짐작할 수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뜻이 저절로 읽혀졌다.

 

역사학과 음운론을 공부한 덕분이다.

 

‘치깐’은 본래 한자말로 ‘측간(厠間)’이 변한 말이다.

 

측간은 위생상 본채와 분리해서 옆에 두었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순수한 우리말은 ‘뒷간’이라고 해야 옳다.

 

“뒷간과 사돈집은 멀수록 좋다”는 속담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똥이란 그저 더럽고 냄새나고 불결하다는 인식 때문이었을 것이다.

 

‘똥마려운 년 국거리 썰 듯’ 한다는 속담이나 ‘똥 깨나 뀌는 놈’이라는 속담에서 보듯 뒷간은 모두 부정적인 것과 연관되어 있다. 

 

그래서 중국에서도 뒷간을 뜻하는 ‘측소(厠所)’라 쓰고 ‘처우소’로 읽는다.

 

‘변소(便所)’는 사실 일본(‘벤조’)에서 건너 온 한자말이다. 그 의미야 수긍이 간다. 

 

대변이든 소변이든 보고나면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그것을 편히 보지 못했을 때의 근심과 걱정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다. 

 

사찰에서 변소를 ‘해우소(解憂所)’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조선시대 대소변을 ‘대마’, ‘소마’라고 했다. 

 

이것이 대매, 소매(소피)로 전화되었다. 

 

어렸을 적 할머니 할아버지가 주로 썼던 말이다.

 

이제는 사전에서조차 사라졌다.

 

인터넷에서 ‘소매’로 검색하니 옷소매를 설명하거나 도·소매를 설명하는 문장이 뜬다. 

 

자라면서 가장 궁금했던 ‘개아찜’ 또는 ‘개와춤’은 원래 ‘호주머니’를 일컫는 말이었다. 

 

지금 쓰는 호주머니라는 말은 중국(胡)에서 들어온 주머니라는 뜻이다.

 

호박, 호떡역시 중국 오랑캐들이 먹던 음식에서 유래된 것이다.

 

‘개와찜’은 ‘개화주머니’에서 온 말이다. 원래 한복에는 주머니가 없어 따로 차고 다녔기 때문이다. 

 

거기에 돈이나 물건을 넣고 허리춤에 차고 다녔는데 개화기에 양복에다 주머니를 직접 달았다고 해서 이를 ‘개화주머니’라고 부른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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