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취재] 한라산 흔든 익산의 신명… 소리뫼, ‘K-마당극’ 진수 선봬

이증효 기자 | 기사입력 2026/04/19 [18:03]
지난달 31일 제주시 초청 특별공연 성료
퓨전 마당극 ‘변사또 애인 찾기’열연에 관객들 호평

[동행취재] 한라산 흔든 익산의 신명… 소리뫼, ‘K-마당극’ 진수 선봬

지난달 31일 제주시 초청 특별공연 성료
퓨전 마당극 ‘변사또 애인 찾기’열연에 관객들 호평

이증효 기자 | 입력 : 2026/04/19 [18:03]

 

 

 

한라산 아래 울려 퍼진 호남우도의 가락이 거대한 한라체육관이 들썩였다.

 

2,500여 명의 관객이 내뿜는 열기는 초봄의 제주 바닷바람을 잊게 하기에 충분했다.

 

무대 위에는 전북특별자치도 익산의 대표 국악예술법인 (사)소리뫼의 단원들이 올라 있다.

 

이들이 선보인 작품은 퓨전 마당극 ‘변사또 애인 찾기’.

 

본보 기자가 지켜본 현장은 단순한 공연을 넘어 익산의 문화 에너지가 제주라는 섬에 상륙해 일으킨 거대한 문화적 파동이었다.

 

기자는 지난달 31일 제주시 초청으로 진행한 특별공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까지 익산의 대표적 국악예술법인인 (사)소리뫼와 원정공연 일정을 함께하며 ‘K-마당극’의 진수와 그 가능성을 엿보았다.

 

 

 

 

 

섬마을을 흔든 익산의 신명, 소리뫼가 증명한 ‘K-마당극’의 힘

 

마당극 ‘변사또 애인 찾기’는 판소리 춘향전에 나오는 ‘기생점고’를 각색한 퓨전 마당극으로 변사또가 익산에 부임하며 숨은 기생을 차출하는 장면을 현대판 오디션 방식으로 재구성해 한바탕 웃음마당으로 풀어가는 우리 민족의 해학과 풍자를 담은 마당극이다.

 

‘변사또 애인 찾기’는 소리뫼의 기획으로 이미 익산시에서는 정평이 나 있는 퓨전 마당극으로서 최근 들어 전국에서 러브콜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제주도 공연이 펼쳐지기 전까지 소리뫼 단원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한 달 동안 저녁에 모여 대본을 맞추고 아이디어를 공유해 가며 밤늦게까지 연습에 매진했다. 

 

하지만 각자의 생업을 두고 있었기에 이번 큰 공연을 앞둔 김민수 단장의 고뇌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한 김 단장의 마음을 알고 있는 단원들은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연습에 매진했다.

 

그리고 드디어 결전의 날이 다가왔다. 공연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아침 일찍 소리뫼 단원들이 하나둘씩 출발 장소로 모인다. 

 

광주 공항을 거쳐 드디어 제주도에 상륙한 단원들은 봄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제주도의 봄을 뒤로하고 다음 날 있을 공연을 위해 늦은 밤까지 연습에 매진했다.

 

 

 

드디어 공연 당일, 전날과 달리 맑은 아침을 맞이한 단원들은 일찍 행사장으로 이동했다. 

 

대기실에서 대본을 손에 쥔 단원들의 표정은 큰 무대 앞에 펼쳐질 시간들을 예상한 듯 긴장감이 역력했다. 오전 리허설을 마치고 드디어 공연 시작을 알리는 진행자의 안내와 함께 마당극의 막은 열렸다.

 

공연 중간중간 객석에서는 폭소가 터져 나왔고 고전 춘향전의 ‘기생점고’를 현대적 오디션 형식으로 비튼 해학의 마당은 세대를 불문하고 통했다. 

 

약 1시간30분 동안 단원들은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열연했고, 관객이 되어 체육관을 꽉 채운 어르신들은 어깨춤으로 화답했다.

 

 

 

 

특히 공연 중반, 단원들이 무대 아래 객석으로 뛰어든 순간은 압권이었다. 

 

어르신들의 손을 맞잡고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은 공연자와 관객의 경계를 허물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관람객은 “제주에서 이런 구수하고 세련된 마당극을 보기는 처음”이라며 “익산이라는 도시가 다시 보일 정도”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20년 외길 인생, 김민수 단장의 고집이 만든 ‘명품 브랜드’

 

이번 제주 공연의 성공은 우연이 아니며 소리뫼 김민수 단장은 지난 20년간 익산의 전통예술을 지켜온 산증인으로 고집과 신념으로 탄생된 마중물과 같다.

 

김 단장은 지난 2005년 전북무형문화재 이준용 선생으로부터 호남우도 농악을 전수한 이후 전통의 박제화를 거부하고 끊임없이 ‘대중과의 호흡’을 고민해 왔다. 아울러 작은 지방 소도시의 예술단체지만 소리뫼의 그 레퍼토리는 방대하다.

 

‘각설이뎐’, ‘또랑 광대전’, ‘울 엄마’ 등 10여 개가 넘는 기획 마당극은 모두 탄탄한 시나리오와 풍자를 바탕으로 한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제주시 관계자는 “수많은 단체 중 소리뫼를 선택한 이유는 이들이 가진 독보적인 현장 장악력과 스토리텔링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소리뫼의 저력은 대외적인 성과로도 증명된다.

 

전북특별자치도 거리극 축제 ‘노상놀이야’ 공모에 6년 연속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으며, 최근 김민수 단장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익산시민대상 문화체육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한 익산의 거점 관광지인 미륵사지와 국화축제장에서 펼쳐지는 ‘백제무왕납시오’ 퍼레이드 역시 소리뫼의 손끝에서 탄생한 익산의 대표 문화 상품이다.

 

 

 

익산의 문화 전국을 넘어 세계로 향하는 K-컬처의 ‘마중물’

 

공연이 끝나고 무대 뒤에서 만난 김민수 단장의 얼굴은 땀과 안도감이 뒤섞여 있었다.

 

그는 “제주 공연을 준비하며 단원들과 3월 초부터 밤낮없이 연습에 매진했다”며 “익산의 문화적 수준을 전국에 증명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컸다”고 소회를 밝혔다.

 

실제로 이번 공연을 마친 뒤 객석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공연이 끝났음에도 수백 명의 어르신들이 무대 앞으로 몰려와 단원들에게 악수를 청하고 기념사진을 요청했다.

 

심지어 제주에 거주하는 익산 출신 도민들은 고향의 소리에 눈시울을 붉히며 “내가 익산 사람인 것이 자랑스럽다”는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이는 문화예술이 지역 홍보와 애향심 고취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제는 지방 소도시에서 전통문화예술을 계승하며 K-컬처의 마중물로서 걸어가고 있는 소리뫼는 이제 제주를 넘어 세계를 겨냥하고 있다.

 

소리뫼는 이번 제주 공연을 통해 지역 예술단체가 어떻게 전국구 문화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지를 몸소 증명해 보였다.

 

 

취재 후기… ‘문화가 곧 경제다’

 

지난 20년간 김민수 단장은 전통의 현대화를 위해 외길을 걸어오며 호남우도 농악을 계승하면서도 ‘각설이뎐’, ‘백제무왕납시오’ 퍼레이드 등 대중과 호흡하는 콘텐츠를 끊임없이 생산해 온 결과가 오늘날의 성과로 이어졌다.

 

또한 최근 수원에서 전해진 마룡이의 대상 수상 소식과 제주에서 들려온 소리뫼의 공연 성료 소식은 우연한 겹경사가 아니다.

 

이는 역사라는 뿌리(백제) 위에 캐릭터(마룡이)라는 꽃을 피우고, 사람(소리뫼)이라는 향기를 더한 익산시 문화관광예술분야의 장인들과 그 바탕 위에 행정의 관심과 노력이 꽃피운 결실들이다.

 

가장 한국적인 콘텐츠가 가장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는 시대. 익산은 지금 마룡이의 귀여운 미소와 소리뫼의 구수한 가락을 앞세워 ‘다시 찾고 싶은 도시, 머물고 싶은 명품 관광도시’로의 항해를 힘차게 시작하고 있다.

 

그러한 소리뫼와 함께 익산의 대표 캐릭터인 마룡이가 세계무대에서 함께 설 미래를 기대해 본다.

/이증효 기자 event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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