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0회 정성수의 빨간 우체통] 아버지의 돋보기

전북금강일보 | 기사입력 2026/11/03 [16:11]

[제210회 정성수의 빨간 우체통] 아버지의 돋보기

전북금강일보 | 입력 : 2026/11/03 [16:11]

벽장을 정리하다가 돋보기 하나를 발견했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품이었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는 낡은 안경테를 손에 쥐는 순간, 아버지의 체온까지 전해지는 듯했다. 호기심에 돋보기를 써 보았지만, 글자는 오히려 흐려지고 어지러웠다. 

 

아버지의 돋보기는 단순히 작은 글씨를 크게 보게 하는 도구가 아니었다. 자식의 표정 하나도 놓치지 않는 현미경이었고, 가족의 미래를 내다보는 망원경이었다. 

 

견미지저見微知著라는 말이 있다. 작은 조짐을 보고 큰 흐름을 안다는 뜻이다. 현명한 사람은 사소한 것 속에서 본질을 읽어 낸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안경을 쓰고 세상을 본다. 욕심이라는 안경을 쓰면 남의 성공이 시기로 보이고, 편견이라는 안경을 쓰면 진실마저 왜곡된다. 빨간 선글라스를 쓰면 세상이 모두 빨갛게 보이고, 파란 선글라스를 쓰면 세상이 모두 파랗게 보인다. 세상이 변한 것이 아니라 내가 쓰고 있는 안경의 색이 변한 것이다.

 

삶은 선글라스를 쓰고 대충 바라보는 일이 아니다. 때로는 돋보기를 쓰고 작은 것까지 자세히 살펴야 하고, 때로는 돋보기 너머 멀리 보며 오늘보다 내일을 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색안경을 벗고 있는 그대로의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는 일이 중요하다. 벽장에서 발견한 아버지의 낡은 돋보기는 이제 더 이상 물건이 아니다. 그것은 세상을 보는 올바른 눈과 사람을 품는 따뜻한 시선을 남겨 준, 아버지의 마지막 가르침으로 남아 있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