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장대 석좌교수 나국현
정치의 위기는 단순히 책임을 묻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누구에게 얼마만큼의 책임이 있는지를 냉정하게 가려내는 과정에서 비로소 정치는 회복을 시작한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전북지사 경선을 둘러싼 파행을 보며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도 바로 여기에 있다.
경선은 본래 당원과 도민의 축제여야 한다. 하지만 지금 전북의 상황은 축제는커녕 불신과 유불리 논란만 가득하다.
절차적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공정성이 흔들렸다면 당은 마땅히 그 이유를 소상히 설명해야 하며 도민들의 실망 섞인 비판은 지극히 타당하다.
김관영 지사의 신상 발언 시간도 주지 아니했다. 누가 납득하겠는가
비판의 화살은 자연스럽게 현직 도지사이자 유력 주자인 김관영 지사에게 쏠리고 있다. 이른바 ‘책임론’이다.
그러나 모든 혼란의 책임을 김 지사 한 사람에게 집중시키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인가에 대해서는 냉정한 재고가 필요하다. 지금의 경선 파행은 특정 개인의 의지만으로 빚어진 결과라기보다 민주당 내의 낡은 의사결정 구조와 부실한 경선 시스템 그리고 복잡한 정치적 이해관계가 충돌하며 발생한 구조적 문제에 가깝다.
모든 논란을 ‘김관영 책임’으로 단순화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고 손쉬운 희생양을 찾는 행위와 다름없다.
김 지사 입장에서 본다면 억울한 대목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현직 단체장이라는 이유만으로 경선 과정의 모든 잡음을 짊어지는 것은 정치적으로 매우 가혹한 일이다. 오랫동안 누적된 당내 갈등과 계파 간 충돌이 경선이라는 국면에서 터져 나온 것임에도, 대중적 주목도가 높은 인물에게 모든 비난이 수렴되는 한국 정치의 고질적 관행이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성찰 필요한 김 지사, 그리고 당의 책무
그렇다고 김 지사가 모든 책임에서 자유롭다는 뜻은 아니다. 현직 지사이자 가장 강력한 후보로서, 그는 보다 신중했어야 했다.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을 때 ‘나의 유불리’보다 ‘당의 신뢰’를 우선시하는 낮은 자세와 명확한 입장 표명을 보였어야 한다. 그 지점에서 발생하는 아쉬움은 오롯이 김 지사가 감내해야 할 몫이다.
하지만 비판은 정확할 때 비로소 힘을 얻는다. 분노에 휩싸여 한 사람에게 모든 잘못을 덮어씌우는 식의 접근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
오히려 경선 관리의 허점과 당 지도부의 미숙한 대응 같은 더 큰 구조적 결함들을 은폐할 위험이 크다.
감정이 아닌 상식의 정치로 돌아가야
민주당 전북 경선이 마주한 과제는 명확하다.
첫째, 절차상 발생한 의혹들을 투명하게 밝히는 것이다.
둘째, 감정적 공세가 아닌 객관적 책임 소재를 가려내는 일이다.
셋째, 당원과 도민이 수용할 수 있는 공정한 재정비 방안을 제시하는 일이며 이것이 공당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책무다.
전북은 민주당의 심장과 같은 곳으로 이곳에서의 경선이 불신과 혼선의 상징으로 남는 것은 당의 미래에 큰 상처가 된다.
동시에 사실관계 확인 없이 김 지사의 억울함이 정치적으로 소비되는 것 또한 건강한 정치가 아니다. 정치가 책임을 묻는 과정이라면 그 과정은 뜨거운 감정이 아니라 차가운 이성과 공정한 원칙에 기반해야 한다.
민주당은 경선의 공정성을 즉각 회복해야 하며 김 지사를 포함한 관련자들은 도민 앞에 당당하고 분명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억울함은 사실로 풀고 책임은 원칙으로 세워야 한다.
그것이 지금 실종된 전북 정치의 신뢰를 되찾는 유일한 길이다.
<본란의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전북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