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진 익산경찰서 경무과 경무계
한때 우리나라는 ‘마약 청정국’으로 불렸다.
그러나 그 말은 이미 유효기간이 지났다.
마약은 이제 유흥가나 특정 집단만의 문제가 아니라, 평범한 직장인과 주부, 학생, 우리 이웃의 일상 가까이까지 파고들었다.
통계가 현실을 말해준다.
지난해 입건된 마약류 사범은 2만 3,000여 명으로, 4년 전인 2021년보다 7,000명 넘게 늘었다.
인구 10만 명당 마약사범이 일정 기준을 넘어서면서 ‘청정국’ 지위는 사실상 상실됐다.
특정한 누군가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마약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뜻이다.
마약이 무서운 진짜 이유는 중독성에 있다.
올해 5월 기준 마약사범 재범률은 56.5%에 달했다.
단속된 열 명 중 여섯 명이 다시 마약에 손을 댄다.
한 번의 호기심이 평생을 옭아매는 족쇄가 되는 것이다.
단속과 처벌만으로 이 악순환을 끊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접근 경로도 완전히 달라졌다. 과거 은밀한 대면 거래와 달리, 지금은 익명성이 보장된 온라인 공간에서 마약이 유통된다.
온라인 마약 유통 적발 건수는 몇 년 사이 여섯 배 가까이 급증했다.
손안의 휴대전화만 있으면 누구나 마약과 마주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더욱이 마약은 이제 음료나 전자담배럼 일상적인 모습으로 위장해 경계심을 허문다.
“이건 마약이 아니다”라는 말로 포장된 유혹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답은 결국 예방이다. 마약을 처음 접한 이유로 ‘호기심’과 ‘주변의 권유’를 꼽은 비율이 60%를 넘는다.
낯선 사람이 건네는 약이나 음료, “기분이 좋아진다”거나 “살이 빠진다”는 솔깃한 제안은 단호히 거절해야 한다.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약물은 절대 입에 대지 않는 것, 온라인에서 은어로 접근하는 광고를 명백한 범죄 신호로 인식하는 것.
이 작은 경계심이 가장 확실한 방어선이다.
의료 목적으로 처방받는 마약류 역시 정해진 용법을 지키는 것이 오남용을 막는 첫걸음이다.
마약이 의심되는 상황을 마주했다면 주저 없이 경찰(112)이나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1899-0893)에 알려야 한다.
이미 손을 댔더라도 늦지 않았다.
처벌에 앞서 치료와 재활로 이어지는 길이 열려 있으니, 도움을 청하는 용기가 회복의 시작이 된다.
마약은 한 개인의 일탈로 끝나지 않는다.
그 사람의 미래와 가정, 나아가 우리 공동체 전체를 좀먹는 사회적 범죄다.
마약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는 경찰의 노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관심과 실천이 모일 때, 비로소 그 벽이 세워진다.
지금 우리 곁의 안전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저작권자 ⓒ 전북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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