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수 칼럼>항문 肛門
기동취재부 | 입력 : 2018/12/05 [20:11]
화장실에서 큰일을 볼 때 그게 잘 안되면 얼굴은 말 그대로 사색이다. 이마에 핏줄이 서도록 힘을 주고 또 줘 바나나 같은 것이 스르르 밀려 나오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항문이 제 할 일을 다 한 것이다. 항문은 포유동물의 소화기 맨 끝에 있는 구멍이다. 곧창자와 외부를 이어주는 소화관의 마지막 부분으로 직장에 고여 있는 대변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곡도(穀道)라고도 하는 항문에 체온기를 삽입해 체온을 젤 때 노인들은 항문 괄약근이 느슨해서 잘 빠진다. 이에 반해서 어린 아이나 젊은이들은 항문에 힘이 있어 체온기를 삽입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특히 운명 직전에 있는 사람들은 항문에 힘이 없어 항문이 자연적으로 열린다. 항문으로 죽음을 알 수 있다. 보통 숨겨둔 재물이 있거나 잘못 또는 약점이 있을 때 ‘뒤가 구리다’고 한다. 비슷한 말로 뒤에서 호박씨 깐다, 뒤가 꿀리다, 뒤가 드러나다, 뒤가 저리다, 뒤가 무겁다, 뒤를 사리다 등이 있다. 여기에서 ‘뒤’는 엉덩이에 있는 항문을 가리킨다. ‘구리다’는 ‘똥 냄새나 방귀 냄새’가 난다는 것으로 역겹고 불쾌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뒤 쪽에서 냄새가 난다’는 뜻이다. 흥미로운 것은 ‘뒤’자가 붙은 말들은 부정적인 면을 암시하는 것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어쨌든 ‘뒤가 구리다’라는 말은 ‘잘못 또는 약점이’는 뜻이 함의되어 있다. 이런 경우에는 대개 어떤 권력에 의한 댓가성 금품이나 향응을 받는 경우가 많다. 전직 대통령을 비롯해서 청와대 비서실장,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대기업 회장 등 유명 인사들도 구치소에 들어가면 예외 없이 ‘항문 검사’를 받는다. 이는 교정시설 입소자들이 항문에 자해 가능 물품이나 담배 등을 숨기는 것을 막기 위해 ‘알몸 정밀 신체검사’를 하는 것이다. 신입자들의 항문 검사는 것은 사회에서 큰소리치며 떵떵거리면서 산 사람들에는 수치심과 모멸감으로 인한 심리적으로 큰 충격을 받는 일이다. 예전에는 알몸으로 엎드려서 직접 항문 검사를 받았는데 요즘은 변기 같은 곳에 앉아서 밑에 설치된 카메라로 받는다고 한다. 대상자들에 대한 배려인지 아니면 항문 검사가 진 일보한 것인지 아리송하다. 누구나 단점이나 결점을 찾으려고 하면 허물없는 사람은 없다, 속담에 ‘뒤를 캐면 삼거웃이 안 나오는 집안이 없다’고 한다. 뜻은 아무리 점잖은 사람도 내면을 들추면 지저분한 것이 있게 마련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삼거웃은 삼의 껍질 끝을 다듬을 때 긁혀 떨어진 검불을 지칭한다. 이 속담처럼 뒤와 관련된 건 매우 부정적인 내용들이 대부분으로 대체적으로 나쁜 의미로 쓰인다. 가난에 관련된 말들로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하다’ ‘가난은 나라도 구하지 못한다’ ‘입에 풀칠도 못한다’ 등이 있다. 그 중에서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하다’가 특이한 것은 보통 이상으로 아주 가난한 상태를 가리키기 때문이다. 이 말 속에는 우리 조상들의 가난에 대한 고통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항문이 찢어진다는 것은 변을 정상적으로 보지 못한다는 의미다. 지독한 변비에 걸렸다는 것으로 먹어서는 안 될 것을 먹었다는 방증이다. 조상들의 변비 주범은 바로 구황식물인 소나무 껍질이었다. 겨울 양식이 떨어진 보릿고개에 이르면 배가 고픈 사람들이 소나무 껍질을 벗기기 위해 산으로 향하는 행렬이 줄을 이었다고 한다. 봄이 되어 겨울잠에서 깬 소나무가 새잎을 위해서 땅 속의 물을 끌어올리는 데 이때에 속껍질에 물이 많아서 어느 때보다도 부드럽다. 이 속껍질을 낫이나 칼로 벗겨 먹는 것이다. 그 후에 문제가 발생한다. 소나무껍질은 수분이 많을 때는 부드럽지만 수분이 줄어들면 매우 딱딱하게 굳어지기 때문이다. 당연히 변비에 걸리고, 변을 볼 때 항문이 찢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조상들은 해마다 이런 일을 겪어 찢어지게 가난한 상황을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하다’고 했다. 요즘 제비뽑기로 뽑힌 학생이 동급생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관장을 당해야 한다는 모 대학 간호학과 이야기가 폭로돼 인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관장이란 수술 또는 분만 전에 변을 제거시킬 목적으로 항문을 통해 대장에 약을 주입해서 장의 내용물을 제거하는 의료 행위다. 제비뽑기에서 잘못 걸려 자신의 항문을 남한테 보여주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바지를 내리고 엉덩이를 들어 항문에 관장관을 넣고 관장약을 주입한다니 제비뽑기에 뽑힌 학생은 죽을 맛이겠다. 항문에 금괴나 마약을 숨겨 들여오다가 적발이 되어 벌금이나 징역형을 선고 받는 것을 보면서 항문이야말로 몸의 뒤쪽에서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항문은 절대 단순한 기관이 아니다. 때와 장소에 맞추어서 배변과 방귀를 조절하는 고도의 시스템이다.
/정성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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