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서로 다른 생각과 가치가 공존하는 사회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의 목소리를 배척해서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오히려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표현되고, 그 의견들이 사회적 논의를 거쳐 제도와 정책에 반영될 때 민주주의는 한 단계 더 성숙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집회와 시위는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중요한 권리이자 시민의 의사표현 수단이다. 헌법은 국민에게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자신의 뜻을 거리에서 알리고,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며, 잘못된 제도와 정책의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당연히 존중되어야 할 권리다.
그러나 집회의 자유가 무제한적인 권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의 기본은 자유와 책임의 조화에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집회 참가자의 목소리가 아무리 정당한 주장이라 하더라도 폭력이나 기물파손, 타인의 일상생활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행위까지 정당화될 수는 없다.
평화적인 집회는 강한 집회다. 폭력이나 충돌 없이도 시민의 뜻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호와 피켓, 토론과 행진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당당하게 표현하면서도 타인의 안전과 권리를 존중하는 모습은 오히려 국민에게 더 큰 공감과 설득력을 얻는다.
반대로 폭력과 불법이 개입되는 순간 집회의 본래 취지는 퇴색한다. 정당한 정책 비판이나 사회적 요구보다 충돌과 불법행위가 주목받게 되고, 결국 자신들이 전달하려던 메시지마저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경찰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 경찰은 집회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동시에 시민의 안전과 질서를 보호해야 한다. 집회 참가자와 일반 시민 어느 한쪽의 권리만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들이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현장을 관리해야 한다.
결국 민주주의의 수준은 얼마나 자유롭게 주장할 수 있느냐뿐만 아니라, 얼마나 평화롭게 서로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고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준법·평화적 집회는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자유를 지키는 가장 든든한 토대다. 시민의 자유로운 목소리와 법질서가 조화를 이루는 사회, 서로의 권리를 존중하면서도 당당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사회야말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성숙한 민주주의의 모습이다.
민주주의의 품격은 목소리의 크기가 아니라, 자유를 행사하는 책임에서 드러난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준법과 평화다.
/순창경찰서 경감 김성기
<저작권자 ⓒ 전북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