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 현상으로 농촌지역에서는 ‘식품 사막’이 화두로 떠올랐다.
식품 사막은 신선식품 등 필수 식료품을 근거리에서 쉽게 구할 수 없어 생기는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고령화가 심각한 농촌 지역에서 급속히 진행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었다.
이에 정부는 식품 점포를 운영하는 농업협동조합이 냉장·냉동 차량을 이용해 닭·오리 등 포장육과 달걀을 이동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26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 같은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 ‘축산물 위생관리법 시행령”을 개정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산간벽촌·낙도 등에서 식품 소매점이 사라지는 식품 사막화에 대응해 축산물 구매에 어려움을 겪는 국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다.
지난 2020년 농림어업총조사 결과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도내 행정리(5,245개) 중 83.6%가 마을에서 식료품을 살 수 있는 점포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에 진행된 식품소비형태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농어촌 가구는 오프라인 식료품점을 주 1회 이상 방문하는 가구가 전체 가구 중 78.6%로 85.9%인 도시보다도 낮게 나왔다.
식약처는 새 정부 국민체감 신속추진과제로 이번 개정을 추진했다.
그간 식품 소매점이 없고 고령인구 비율이 높은 농어촌 지역에서 일부 운영되는 식료품 이동판매차량에서는 축산물 판매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식품 사막화 지역에서 운영되는 식료품 이동판매차량에서도 축산물(포장육·달걀)을 이동·판매할 수 있도록 판매자와 판매지역 범위를 구체화하는 등 관련 규정을 개선했다.
먼저 소비자의 수요와 안전성 확보를 고려해 포장된 ‘냉장·냉동 포장육’과 ‘냉장 달걀’을 이동·판매 가능한 축산물로 허용했다.
이동·판매 장소는 인구의 감소 정도나 지역주민의 요청, 점포의 접근성 등 지역별 상황을 종합 고려해 지자체에서 탄력적으로 선정할 수 있도록 해 지방 정부의 자율성을 확대하기로 했다.
앞서 전북특별자치도에서는 진안군 평촌마을을 방문해 ‘내집앞 이동장터’시범사업을 운영했다.
사업은 식약처의 식의약 규제혁신 3.0 과제에 따라 식품 구매 취약지역에서 이동형 점포를 통한 포장육 판매가 허용되면서 도입됐다.
이에 도와 식약처, CU가 협력해 농촌 주민의 생활 편의를 높이고자 진안군 상가막·평촌 마을과 임실군 학암·금동 마을 4개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운영했다.
조원지 전북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신선식품 접근의 어려움이 있는 노인의 경우 만성질환(고혈압, 비만, 심장질환 등)유병률이 높은 만큼 불안, 스트레스, 우울, 사회적 고립 증상 등이 심각할 수 있다는 해외 연구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일본의 ‘건강카페’, 캐나다의 ‘시니어 커뮤니티 식당’, 덴마크의 ‘식품상자’ 프로그램 등 해외 성공 사례를 참고해 식품사막 지역에 거주하는 전북 농촌 노인을 위한 건강 돌봄 모델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농촌 노인의 영양불균형과 건강 문제 해결 방안으로 △농촌 서비스 공동체 △‘스마트 농촌 식품 쇼핑 플랫폼’ 도입 △식품꾸러미 제공 등을 제안했다.
식약처는 전국적인 판매망을 갖추고 있고 식품 안전관리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사업자(농협)를 이동·판매할 수 있는 주체로 선정했다.
향후 축산물 이동·판매의 운영 실태를 고려해 판매자 확대를 검토할 예정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개정이 농어촌에 거주하는 국민의 생활 편의성 향상은 물론 축산물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조성해 영양 섭취 불균형 해소 등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축산물 이동·판매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과 확대를 위해 농식품부, 해수부 등 관계부처와 지속적으로 소통해 나갈 계획”이라며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제도로 운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와 관련, 서난이 전북자치도의회 의원은 지난 6월 제419회 정례회에서 식품 사막화 해결을 위한 지원 등을 담은 ‘전북특별자치도 식품 사막화 해소를 위한 지원 조례’를 대표 발의했다.
조례안은 △식품 사막화 해소를 위한 지원 계획 수립 △식품 사막화 지역 실태조사 △식품 사막화 해소를 위한 재정지원 △식품 사막화 해소를 위한 공동체 육성과 협력체계 구축 등의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나연식 기자 meg7542@nate.com